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돈냥이 Sep 28. 2021

사는 법을 잘 몰라서



심각하게 무지하고 또 무지한


단어 암기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이것을 왜 궁금해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 일 것이다. 저게 왜 궁금하냐면 기억에 남기려면 어떤 식으로 단어를 보고 어떤 식으로 반복해야 하는지 진심으로 모르기 때문이다. 단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뇌에 잔상처럼 각인이 되는 것인지, 깜지를 하면서 반복해서 적을 때 머릿속은 비워두고 단순히 적는 행위에 집중하는 것인지 머릿속에서 단어를 이미지처럼 떠올리면서 하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어떻게 해야 단어 암기를 할 수 있는지 물어봐도 행동에 대한 대답만 돌아올 뿐, 내적으로는 어떻게 기억하려고 머리를 쓰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답을 하지 못했고, 내가 무엇을 물어보는지 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내가 모른다라고 하는 것의 시작점은 이렇게나 너무 바닥에서부터 시작하기에 질문을 해도 도움을 받기가 어려웠다.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열심히 하는 건지 모르는 사람은 시작하는 것부터 어렵다. 마치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영어 학원과 교재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공부 방법을 물어보면 그저 시간을 오래 들여서 자주 들여다 보라는 말 밖에 하지 않는 상황이다. 처참할 정도로 기본 상식이 없어서 손을 잡고 서점으로 가 직접 교재를 지정해주고 학원으로 가 기초반에 등록을 해주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가면 된다라고 알려줘야만 간신히 시작을 하고 열심히 하는 첫 계단에 올라설 수 있는 부류가 있는데 하필 그게 억울하게도 나다.


모르는 것이 많다 못해 그 수준이 너무나도 미흡해서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몰라 멀뚱히 서 있다 보면, 언제 어떻게 그 정보들을 다 알게 되었는지 궁금증만 자아내는 이들이 빠른 속도로 뛰어가면서 점점 멀어진다.


그나마 고등학생까지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다 같이 몰고 가지만, 대학에 들어간 이후, 사회에 나간 이후에는 내가 먼저 끈을 잡지 않으면 아무도 이끌어주지 않으며 나 스스로 딛고 올라설 계단에 다다를 수조차 없었다. 나는 그 끈이나 계단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데 말이다.


대학에 입학하고 일 년이 지나고서야 교내에서 할 수 있는 근로장학생이라는 것이 있어서 공강 시간을 이용해 작은 용돈 벌이를 할 수도 있으며 국가에서 지원하는 인턴 제도 등으로 좀 더 편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거기서 일 년이 더 지나서야 그것들을 어떻게 지원하는지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얻어야 하는지 몰랐던 것인데 행정실과 학생회의 존재는 너무나도 상식적인 것이어서 당연히 누가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그런 게 있는지조차 몰랐던 나는 질문조차 못했고, 어디서 그런 정보를 알 수 있냐는 질문에는 열심히 알아보는 거라는 답변만 얻을 수 있었기에 항상 정확한 정보는 우연에 의지해야 했다

 

졸업을 한 뒤 취업 준비를 할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끝난 뒤였다. 취업을 하려면 대학 4년 동안 취업스터디, 인턴활동, 공모전, 봉사활동 등으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잘 채워야 했던 것이다. 이런 것조차 모를 만큼 심각하게 무지한 상태였고 이미 모든 기회는 지나가 버린 후였다.






아직도 너무 많이 몰라서


그래도 남들보다 늦을 뿐, 내 작은 세상에서 어떻게든 적응하면서 하나하나 알아가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모르는 게 생기면 어디서 알아봐야 하는지부터 찾아야 하는데 다행히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지식인과 각종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사람에게만 의지해야 했던 시절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보에 느리고 요령이 없는 것에는 변함이 없긴 하다.


몇 번이나 이직을 했지만 퇴사 전 이직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지 몰라서 매번 공백기간이 생기고, 그래서 통장 잔고에도 공백이 생기는 생활을 반복해야 했다. 나보다 불리한 입장이라며 오히려 나에게 부럽다 말하는 이들이 더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나는 어떻게 해야 그런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것인지 암담하기만 하다.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기관이 있고, 무료 취업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아직은 딱히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기댈 곳이 하나라도 더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기도 했고 내가 모르는 정보를 얻을 라인이 하나라도 더 있는 것이 낫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라고 위안삼아야 한다. 사실 센터의 교육보다는 그곳에서 만난 다른 취준생들에게 얻은 정보가 더 많았다. 역시 정보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 자원이 참 부족한 사람인 것이 문제였다.


처음 부동산 거래를 할 때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으나 물어볼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 아파트를 매매해 본 사람도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정확히 나지 않는다고 하거나 일단 하면 다 된다는 자기계발서 같은 이야기만 했다. 대출과 등기가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을 몰라 그것조차 며칠 동안 인터넷 검색을 해서 은행에서 법무사를 대동하여 처리해준다는 것을 알아내야 했다. 한번 거래를 해보고 나니 부동산에 대한 모든 방법은 공인중개사에게 솔직하게 물어보면 다 답을 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다들 알고 있었지만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이라 내가 그것조차 모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정보는 사람으로부터 얻기에 아는 사람이라도 많으면 어쩌다 얻어걸리는 정보라도 있겠지만, 인맥을 어떻게 해야 넓힐 수 있는지조차 내가 모르는 분야였다. 인터넷 카페를 가입해도 어떤 글을 어떻게 보아야 정보가 되는지, 거기서 어떻게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는지 전혀 알지를 못 했다. 열심히 하고 싶지만 시작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시작하는 곳을 찾느라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고 그런 나를 보며 쉽게 하는 말들은 "노력하지 않고 허송세월만 보낸다"였다.


내가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알게 되어도 도움보다는 어떻게 이 나이 되도록 그렇게까지 모를 수 있냐며 놀라고 한심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시작점조차 모른다는 것은 생존에 너무 불리한 약점이었다.






너무 부족해서 억울하지만


보다 못해 옆에서 이렇게 하면 되지라고 시작점에 데려다 놓아주는 감사한 일이 벌어지면 그야말로 행운이었다. 그렇다고 매번 그런 행운을 기대할 수는 없으니 남들보다 늦고 한심하다는 눈초리를 받아도 그저 견디면서 묵묵히 나의 속도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고 무엇을 하더라도 다 돈으로 연결 지을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나는 아직도 그걸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내 경험은 너무 과거의 것이라 현재에는 도움이 될만한 조언이 없고 잘 해온 건지 스스로 확신이 없으며, 주먹구구식으로 익힌 기술들이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교육으로 만들만한 분량이 되지도 못한다.


꾸준히 할 수 있는 글쓰기를 돈으로 연결해보고자 블로그를 시작했지만 6개월이 가도록 하루 방문자가 40명을 넘지 못하였다. 매일 포스팅하고 먼저 서로이웃을 신청해서 방문자 수를 늘리라는 요령은 알았지만 이웃 수가 별로 없으면서 나와 관심분야가 비슷한 블로거를 찾는 방법을 몰라 그저 포스팅만 열심히 했더니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면 결국 길이 나오게 되어 있다며 일단 열심히 하라고 하지만 남들은 뛰어가는데 나는 걷기조차 못하고 있으니 이게 열심히 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워지는 것이다. 분명 나는 뛰고 있다 생각했는데 현 기어가고 있었으니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어떻게 하면 걷기라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라도 알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너무 부족하고 모자란 자신이 한심하기만 하다.


그래도 멈출 것이 아니라면 계속 움직여야 한다. 비록 기어가더라도, 남들만큼 가지 못하더라도 멈추는 순간 벗어날 수 없는 늪으로 빠지게 된다는 것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경험에서 이미 충분히 배웠다. 남들보다 덜 받고 남들보다 느린 것 같아도 이게 내가 갈 수 있는 최대 속도라면 그게 최선인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기 위해 남들에게 향하는 시선을 거두고 어제 있던 자리에서 한 걸음 더 내디딘 것을 보며 기뻐하는 게 낫다.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몰라 매번 방법을 찾아 바둥거리는 게 힘들지만 가라앉는 걸 선택하고 싶지 않으니 계속 발버둥 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늦더라도 어느샌가 단단한 뭍에 닿으리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