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
얼마 전, 신영주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 기회를 가졌다. 발도르프 교육 철학을 독일에서 배워 오신 선생님은,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을 받지 않고도 독자적인 교육관을 구축하신 분이었다. 발도르프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이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주제로 진행된 그 강의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론 나열 대신, 선생님은 자신의 청소년기와 학생들의 발달 과정을 자서전적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내셨다. "나의 18, 19세에는 어떤 용암이 끓고 있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사춘기의 본질이 단순한 성장 과정이 아닌 '변형'의 시기임을 강조하셨다. 기존의 세계를 넘어 새로운 존재가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 시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해 보게 된 순간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의 길을 찾도록 부모가 동반자와 친구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1학년부터 8학년까지는 여전히 아동기라는 말씀, 그리고 부모는 이 시기에 아이를 경외심을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는 부분에서 나 역시 나의 부모 역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발도르프 교육 철학에서는 아이들이 각자의 방식과 속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가 의심과 비난이 아닌 경이로운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봐야 한다고 가르친다. 내가 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은, 그들이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을 존중하며 기다려주는 것이다. 신영주 선생님은 말한다.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부단한 몸부림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도움을 주고, 그들의 길을 함께 지켜봐야 한다."
아이들이 인간으로서 자립하고, 스스로의 계획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멀리서 응원하는 것이야말로 부모의 진정한 사랑의 실천이다. 나 역시 이 깨달음을 통해 아이들에게 나의 방식이 아닌,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주려 노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가장 깊이 남은 부분은, 42세를 기점으로 인간이 선택의 기로에 선다는 이야기였다. 본능과 욕망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넘어 의도와 소망으로 진화할 것인지. 42세라는 나이에, 과중한 업무와 경쟁 교육 속에서 나 역시 새로운 교육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발도르프 교육을 통해 나는 새로운 터전에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부모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다. 그 길에서,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며, 그들의 존재를 존중하는 삶을 살기를 소망한다. 또한, 나 역시 나의 길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진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들을 통해 나의 내면도 함께 성장한다는 것을 깊이 느낀다. 부모로서 내가 할 일은 단순한 보호자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발도르프 교육을 배우면서, 나는 사랑이 단순히 감정이 아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와 아이들 모두,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성장하는 이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지켜보며 함께 나아갈 것이다.
#발도르프교육 #부모의사랑 #청소년성장 #자기발견 #경외심 #동반자 #아이와함께성장 #부모의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