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의 첫 장은 '두 세계'로 시작된다. 이 문장을 처음 접했을 때, 나 역시 두 세계 사이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삶은 부모님의 세계와, 내가 스스로 만들어야 할 나만의 세계 사이에서 늘 혼란스러웠다. 첫 아이를 낳고서야, 내 안에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싱클레어는 두 세계의 충돌 속에서 끊임없이 혼란을 겪는다. 부모님과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허용된 세계'와, 그들이 모르는 자신의 내면 세계 사이에서 갈등한다. 데미안은 그를 '카인의 후예'로 인도하며, 자신의 길을 끝까지 가는 당당한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싱클레어의 이 여정은 내가 엄마로서, 그리고 나 자신의 삶을 찾는 과정과 겹쳐졌다.
결혼과 출산 후, 나는 부모님의 세계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의 세계를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를 키우게 되었고, 그로 인해 커다란 회환과 분노가 나를 덮쳤다. 마치 싱클레어가 외부의 금지된 세계를 두려워해 다시 '착한 아들'의 자리로 돌아오듯이, 나 역시 부모님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결혼과 육아라는 또 다른 굴레 속에 나를 가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첫째 아이를 낳고 나는 알게 되었다. 나만의 길을 가지지 못한 채 부모님의 기대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그동안 내가 쌓아온 모든 기대와 계획들은 결국 내 내면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이들의 요구와 기준에 따라 살아온 결과였다. 싱클레어가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카인의 후예'가 되어가는 것처럼, 나 역시 아이를 낳고 비로소 나만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며 나도 함께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내가 독립하지 못하고, 나만의 세계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에게 제대로 된 길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 고민 속에서 나는 대안교육이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나다운 길을 걷고, 아이들도 그들 나름의 세상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듯, 나 역시 아이와 함께 나다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중이다. 아이들에게는 그들만의 길을 발견할 수 있는 자유와 용기를 주고 싶다. 데미안은 말한다.
"생각이란 우리가 그대로 따르고 살 때에만 가치 있어. 네 '허용된 세계'가 세계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걸 넌 알았어."
나 역시 그 '절반의 세계'에 갇혀 살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나만의 세계를 확장하며, 아이들에게도 그들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려 한다. 대안교육은 그 길을 함께 열어가는 도구일 뿐이다.
싱클레어는 자신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용기를 데미안에게서 얻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나만의 세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나만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자 한다. 대안교육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나다운 길을 걸어가기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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