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퇴사, 4년차 축구지도자 '두렵다'

소제목: 2년 동안 정든 회사를 퇴사하다

by 디에고

한국은 3월에 학기가 시작된다. 학원들도 대부분 학교 스케줄에 맞춰 신학기 준비를 한다. 한국에서 엘리트 축구가 아닌 일반 ‘축구교실’에서도 학교 일정에 맞춰 새로운 시즌을 준비한다. 그래서 3월이 시작되기 전 달인 2월이 가장 바쁘다. 7살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해 기존 유치원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새롭게 배정받은 학교대로 반 편성(축구교실에서-차량 스케줄에 맞춰)이 된다. 6학년 학생들은 졸업하면 대부분 학업에 매진하기 위해 축구교실에서도 졸업을 한다.

난 이런 사정을 지난 2년간의 지도자 생활 덕분에 알고 있던 터라, 25년 2월까지 근무 후 퇴사를 계획했다. 역시나 시간은 바쁘게 흘러갔다. 바쁘게가 뭔가, 이건 정말 '쏜살같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 듯하다. 학부모님들께 개별적으로 연락해서 사정을 말씀드리고 인수인계받는 선생님께서 특이사항 없이 자연스럽게 연착륙해서 수업할 수 있게 모든 부분을 빠짐없이 전달하는 역할도 중요했다.

아이들과는 100% 이별의 마음을 갖고 이별을 할 수 없었다. 해야 할 일 처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가 담당했던 총 11개 반의 아이들과 이별을 했다. 1년 정도 가르쳤던 아이들은 눈물보단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면서 ‘쿨(?)’하게 헤어졌다. 내가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많이 좋아했던 아이들 반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와 애써 참아냈다. 평소 선생님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에 아이들이 많이 당황했을 듯하다.

그렇게, 지금 축구교실에서의 마지막 한주를 보냈다.

드디어, 마지막 근무일. 절대로 올 것 같지 않았던, 주변 선생님들이 ‘이번 주가 마지막이네요’ ‘진짜 안 가시면 안 돼요’라고 했을 때조차 속으로 ‘에이 왜 그러세요’라고 말했던 나조차도 ‘마지막 날’ ‘마지막 근무’에서는 초연할 수 없었다.

참 감사하게도, 마지막 근무 날 2개 반을 수업했는데, 모두 너무나 큰 선물을 받았다. 사실, 선생님이라는 위치는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은 자리인 듯하다. 스승의 날, 생일, 명절, 축구 대회 등 각종 이벤트가 있는 날이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선물을 받는 직업이 바로 선생님이다. 때로는 이 선물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또 어떤 때는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져서 감사하기도 하다. 사실, 선생님이 받는 것이 많은 자리이다 보니 학부모님들께 선물을 받을 때면 나도 모르게 이벤트가 있는 날, 선물을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 최대한 그런 기대를 내려놓고 수업에 임했다. 당연히, 학부모님들 게서도 직업도 있고 바쁘시기에 일개 축구교실 선생님께 온전히 마음을 쏟을 수 없다. 당연한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최대한 마음을 기대치 않으려고 모른 척도 하고 의연하게 부모님들을 대했다. 그런데, 참... 기대치 않은 학부모님들께서 선물을 주시면서 정말 가슴 따뜻한 말을 해주시는 게 아닌가. 그렇게 마지막 날 2개 수업을 마치고는 ‘꽃다발’도 선물 받고 ‘선생님 대상’도 받았다.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건 아이들의 수많은 편지였다.

내가 주면 반드시 돌아온다. 나는 원래 주는 것에 인색한 사람이다. 아니, 그냥 안주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내를 만나고 조금씩 변했다. 아내는 다른 사람에게 아낌없이 듬뿍듬뿍 준다. 그래서 나는 퇴사할 때도 모든 선생님들께 스타벅스 음료도 선물하고 모든 선생님들께 편지도 썼다. 그런데, 이런 사랑이 다시 다른 사람을 통해서 돌아온다.. 참 신기하다. 학부모님들의 선물도 많이 받고 선생님들께 약 10여 통의 편지를 썼는데 아이들로부터는 약 20여 통의 편지를 받았으니 산술적으로 채워지고도 남는다. 사람은 베푼 것 이상으로 받으며 살아가는 존재인듯 하다.

아무튼, 이렇게 마지막 수업을 끝내고 마지막 인수인계 작업을 위해 책상에 앉았다. 이제는 다시 보기 힘든 13명의 선생님들과 무겁게 인사를 마치고 모든 분들이 사무실을 빠져나갔고 총감독님과 나 단둘이 사무실에 남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총감독님이 나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어 기다리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아, 빠르게 업무를 마무리했다. 업무를 드디어 마쳤고 책상과 서랍의 모든 물건들을 빠르게 치웠고 이제는 정말 가야 할 시간이었다.

입사한 직후 사용하던 노트 - 열심히 적어가며 일했는데 이때가 정말 어제 같다

그렇게 마무리한 시간이 자정이 되기 30분 전인, 23시 30분이었다. 2년 동안 행복하게 일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또한, 나를 이곳으로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서 이제 또다시 좋은 곳으로 인도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렸다. 총감독님과 사무실 입구로부터 빠져나와 서로 ‘존경했노라’고 말하며 무겁게 인사를 마쳤다.

성큼성큼 걸어가던 내 발걸음이 어느 순간 소리를 내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주차장 계단 앞에 멈춰 섰다.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잠시 바라봤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가슴이 너무 먹먹해 한참을 서 있었다. ‘맞다.. 퇴사가 이런 거였지...’ 차에 시동을 걸고서도 한참을 앉아 있었다.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두려움’이 나를 강하게 사로잡았다. '아직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아직 준비도 안된 것 같은데...' 그래서 다시 한번 기도했다.

3년 차 축구 지도자 생활 끝.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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