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모든 팀들은 주말에 리그 경기를 치른다. 한국이 리그 경기를 3학년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과 다르게, 스페인은 모든 연령대가 리그 경기에 참가해 경기감각을 키울 수 있다. 주말에, 경기를 치른다고 가정하고 훈련스케줄은 대략 이러하다.
월요일 - 회복운동
화요일 - 휴식
수요일 - 지난 리그 경기 우리 팀 분석미팅 + 피지컬 훈련 + 상대 맞춤형 훈련 진행 1
목요일 - 금주 리그 상대 분석미팅 + 상대 맞춤형 훈련 진행 2
금요일 - 상대 맞춤형 마무리 훈련 + 세트피스 훈련진행
토요일 - 리그 경기
이제, 각 요일별 상세 훈련 내용과 이유를 알아보자. 먼저, 월요일이다. 월요일에는 리그 경기 후 갖는 첫 훈련이다. 따라서, 회복운동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회복이라는 개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회복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지친 몸을 회복하는 훈련이다. 보통 선발 라인업에 발탁된 선수들은 교체되는 선수를 제외하면 풀경기를 뛰고 교체되는 선수들은 후반전 중반 이후에 교체된다. 따라서, 이 선수들은 경기 후 첫 훈련 시에 무리하게 강도 높게 훈련을 진행하면 부하가 올 수 있다. 그래서 선발 라인업 선수들에게 필요한 훈련이 바로 '회복'훈련이다. '회복' 훈련은 최대한 긴장감을 빼주고 가볍게 즐겁게 진행된다.
회복의 두 번째 개념은 '경기를 치르지 못한 몸상태의 회복'이다. 이해가 조금 어려울 수 있는데, 이 개념은 내가 스스로 정의한 내용이다. 위 개념에 해당하는 선수들은 후반전에 교체로 출장한 선수들과 18인 명단에 포함됐으나 경기에 참여하지 못한 선수와 명단에 아예 들어가지 못했던 모든 선수들을 포함한다. 위 선수들은 이 '회복'운동 시간이 정말 중요하다. 이때, 이 선수들의 '회복'운동은 경기를 치렀던 선수들의 운동과 달라야 한다. 이유는 이러하다. 경기를 치를 때 보통 선발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60여분 이상에서 90분까지 경기를 치른다. 체력소모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런데, 같은 팀 다른 선수들이 경기에 선발 선수들과 같은 운동량을 가져가지 못했다? 문제가 심각해진다. 따라서, 2번째 개념의 회복을 적용해 경기를 치르지 못한 선수들은 '경기를 치렀던 몸상태'로의 회복운동이 필요한 것. 그래서 2번째 개념의 회복운동은 '경기'상황처럼 높은 강도로 진행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렇게 될 때 모든 팀원이 골고루 운동량을 가져갈 수 있고 시즌 전체를 보더라도 꾸준하게 '운동량'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일
수요일에는 지난주 있었던 우리 팀의 경기를 분석한다. 장점을 발전시키고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분석미팅은 라커룸에서 이뤄진다.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 소요된다. 감독의 일방적 소통은 지루함을 불러일으킨다. 선수들에게 질문을 하며 다양한 의견을 듣기도 하고 감독이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팀 분석 미팅을 건너뛰기도 한다. 시즌이 막바지로 치달을 때 즈음되면 우리 팀의 색깔이 도드라져서 선수단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난주 경기에서 대패했을 때 우리 팀 분석 미팅을 진행한다면 도리어 우리 팀의 사기를 더욱 가라앉힐 수 있기 때문에 우리 팀 분석미팅을 진행하지 않기도 한다. 감독의 결정이 중요하다.
분석미팅을 끝내면 운동장에서 피지컬 세션을 30분 정도 소화한다. 피지컬 훈련은 해당 주에 '주제'가 되는 피지컬 운동을 시행한다. 가령, 밸런스가 그 주의 주제라면 밸런스에 관한 피지컬 능력을 향상할 여러 종목을 로테이션으로 진행한다. 이렇게, 피지컬 세션이 끝난 후에는 상대 맞춤 전술훈련을 진행한다. 상대의 약점을 방향전환이라고 분석했다면 이에 따른 훈련을 진행하게 된다.
목요일
목요일에는 상대팀 분석 미팅을 진행한다(전력분석 브리핑 시간에 내가 분석한 대로 나오는 영상이 꽤나 있어서 실습생 입장에서 묘하게 뿌듯했다. 여기 있는 동안 더 많이 배우고 가서 더 깊이 있고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분석 미팅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이다. 이 훈련을 통해 선수단은 수요일에 왜 우리가 상대 맞춤현 훈련으로 해당 훈련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오늘 진행될 훈련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상대를 올바로 잘 분석해야 모든 선수단이 올바른 방향성을 갖고 훈련할 수 있기에 분석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분석미팅 후 약 20분씩 3가지 세션을 상대 맞춤형 훈련으로 점층적으로 진행해 나간다. 필요에 따라서는 금요일에 진행할 세트피스 훈련을 먼저 진행하기도 한다.
금요일
금요일 훈련은 경기 전 마지막 훈련이다. FINISH 훈련을 진행한다. 이때, 단순하게 피니쉬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 분석에 따른 훈련에 뿌리를 두고 마무리 훈련을 진행한다. 가령, 상대의 약점을 측면전환(방향전환)이라고 분석했다면, 수-목에 이에 따른 전술 훈련이 시행됐을 것이다. 따라서, 금요일 마무리훈련에서는 '방향전환 상황에서의 마무리' 훈련을 진행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것이 세트피스 훈련이다. 이때, 선수단은 지정 키커가 약속대로 코너킥, 프리킥을 진행하고 약속된 몇 가지 움직임을 훈련한다. 세트피스 훈련을 할 때, 특이점은 코너킥 상황을 진행한 후, 그 상황이 끝났다고 해서 끊고 다시 코너킥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세트피스 이후에 공이 아웃되는 상황까지 진행한다. 이는 우리 팀의 세트피스 공격 시, 수비전환을 함께 훈련하기 위함이다.
경기당일
경기당일에는 1시간 45분 전에 집결한다.
락커룸에 모여 미팅을 진행하고 선발 선수들은 코디네이션을 진행한 후 가볍게 론도를 진행한다.
그리고 경기를 준비한다. 락커룸의 벽에는 상대팀의 세트피스 패턴을 붙여 선수들이 수시로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코치의 역할이다.
전반전 종료 후, 분석코치와 감독 및 수석코치 등은 전반전 내용을 신속하게 피드백한 후 선수단에게 개선사항 및 숙지사항에 대해서 전달한다. 경기를 마치고는 승패에 따라 선수단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참고로, Las Rozas Juvenile B팀은 내가 있는 동안 1 패도 없었다.
오늘은 주간 훈련스케줄에 대해 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