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다. 어제는 모든 훈련을 종료 후 숙소로 귀가해서 훈련을 정리하고 22시즈음 잠들었다. 스페인에 온 이후로 느꼈던 '조급함'이 조금은 거둬지고 있다. 스페인에 오자마자는 뭔가 하나라도 놓치면 안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많은 것들을 여러 가지로 예민하게 생각했다. 이제 시간이 지나니까 조금 스페인이 편해진 듯 하다. 예상했던 것 보다 친절한 사람들, 유럽 중에서도 괜찮은 치안환경(내가 있는 마드리드는 적어도 그랬다) 등 많은 이유들로 편안함과 익숙함을 느껴가고 있는 나였다. 마드리드가 편해졌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항상 오래 걸리던 훈련일지 적는 습관도 조금은 요령이 생겼다. 그래도 아무리 몸이 편해지고 일처리가 빨라지더라도 '나태한' 생활은 안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해본다. 특히, 훈련에 임할 때 '게으른' 마음은 절대 안된다. 항상, 훈련에 참여할 때 '이 훈련들은 내가 나중에 U19팀을 지도하게 된다면 다 똑같이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인드로 훈련의 구성, 도구의 배치, 선수의 동선 등 모든 것을 알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미리 훈련지도 받고 대비를 많이 한다.. 나보다 높은 과정을 수강하시는 선생님들께도 이것저것 참 많이도 여쭤봤다. 감사한 것은 귀찮으실만한데도 세세한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신다는 부분이다.
U10팀 귀요미들도 오늘 경기가 있는 날이다. 제목에 언급한 ‘마린’은 사람 이름이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의 이름. 그런데, 지난 경기 이후 훈련 때 이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코치인 Hugo (스페인은 H가 묵음이라서 h생략 -> ‘우고’) 우고에게 물어보니 아이가 귀가 아프다고 했다. 그렇게 훈련에서 한동안 그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보니 훈련 중 어떤 아이가 훈련에는 참여하지 않고 골대 뒤쪽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게 아닌가. ‘마린’이었다. 마린을 보자마자 두팔을 벌렸다. 아이가 와서 안겼다. 너무 반가웠다.
그런데, 아이 귀에 붕대같은 것이 감겨져 있었다. 코치의 말처럼 귀가 아파 훈련에 참여할 수 없었나 싶다. Las Rozas Benjamin A팀에 합류한지 얼마 안됐을 때, 어떤 아이가 쉬는 시간에 계속 내 앞으로 드리블을 해와서 다리사이로 공을 통과(일명 ‘알까기) 시키려고 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는데 다음날 경기 때, 이 친구가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는게 아닌가. 그리고 이 친구는 쉴새 없이 경기장을 누비면서 키큰 상대 팀 아이들을 상대로도 쫄지 않고 베짱 두둑하게 경기를 펼쳤다. 그 친구에게 나는 반해버렸다. 그 친구가 바로 ’마린‘이었다. 빨리 나아서 훈련에 참석했으면 좋겠는데 ㅠ ㅜ
건너편에서 마린의 아버지처럼 보이는 분께서도 훈련에 참여 가능하냐는 감독의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늘 Benjamin팀 경기장에 도착하니 마린이 와 있었다. 너무 좋았다. 마린의 응원덕분(?)에 라스팀은 승리를 기록했다. 빨리 나아서 행복하게 축구해 마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