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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1 라커룸

by 디에고

어디선가 쾌쾌한 냄새가 난다. 그리고 대리석 바닥의 딱딱한 분위기도 흘러나온다. 라커룸이다. 라커룸의 쾌쾌한 냄새. 선수출신이 아닌 나는 프로구단이나 선수단의 라커룸이 낯설다. 스페인에서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는 기간동안 Las Rozas Juvenile B (고등학생 팀), Las Rozas Benjamin A (초등학생팀)팀 모두 운동장에 나가기 전에 라커룸에서 모여 이야기하고 항상 운동을 시작하고 있다. 그날이 리그 경기날이건 훈련 날이건 상관없이 ‘라커룸’에서 역사(?)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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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라커룸의 ‘가치’를 새삼 다르게 느꼈던 것이 기억난다. 그 당시 우리팀 감독님께서는 상대팀과의 경기에 대해서 약 30분 간을 피드백했다. 그 전주 경기에서 우리는 Atletico De Madrid C팀에 패배했다. 그에 대한 라커룸 토크가 이어졌던 것 같은데 스페인어를 아예 모르는 나는 어떤 분위기인지 느끼고싶었다. 그때 딱 한 단어만 귀에 또렷이 들렸다. 아드리(감독님)가 크게 말해서 그 단어가 또렷이 들렸던 것도 있겠지만 내가 그 단어를 알기 때문에 들렸던 것이 가장 크다. 그단어는 바로 ‘B L O Q U E’다. ‘블록’ 우리팀의 수비블록에 문제가 있어서 졌다고 아드리는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렇게 패배한 뒤 라커룸 분위기는 연령대를 막론하고 침울하기도 하고 때론 적막함이 흐르기도 한다. 누구하나 말을 꺼내기 쉽지 않다. 모두 ‘승리’에 목말라있고 승리를 위해 그 힘든 훈련을 견뎌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패배하면 그토록 쓰라린 것이고 그것이 라커룸 분위기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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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위 사진을 보자. 스페인 선수들은 라커룸에서도 자유롭다. 감독이 앞에서 미팅을 진행하는데 폼롤러를 사용하고(?) 있다.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계속 몸을 풀어주면서 미팅을 참여하는 것이니까말이다.

긴장되는 라커룸 분위기는 경기 후 극명하게 나뉘는데 승리했을 때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라커룸에서 승리할 때의 영상이다. ‘승리’는 사람간의 벽도 허물어 준다. 평소 말을 걸지 않던 선수가 먼저 말을 걸기도 하고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코칭스테프도 마찬가지다. 아드리 감독은 나랑 성향이 조금 비슷한 것 같은게 선수들이 즐겁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주는 것 같다.

<라커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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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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