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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 고기만 숙성이 필요한게 아니라구

by 디에고


제목에 반말 써서 죄송합니다 :)


오늘은 아드리 감독이 라커룸 대화에서 선수들에게 동기를 유발하는 토크를 진행했다. 우리팀 Las Rozas Juvenile B팀은 최근 4경기에서 모두 선제골을 실점하고 힘겹게 따라가는 경기를 했다. 골을 먹히고 나서 선수들이 긴장하고 그제서야 계속 경기에 더 집중하는 모양세다. 이 모습으로는 시즌을 상위권으로 끝마칠 수 없다. 더욱이, 우리는 이런 모습으로 인해서 리그 최약체 팀에게 이번시즌 내리 2연패를 당했다. 다가올 주말에 상대하게 되는 팀 또한 약체이다. 우리의 그동안의 모습으로 전반전을 끝마친다면 상대는 ‘강팀을 이겨보자’는 마인드로 후반에는 각성하고 거세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아드리감독님은 선수들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남은 4경기에서 전반전에 선제골을 득점하고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원래는 팀의 벌금(지각하면 1유로임)으로 축구 공을 새로 구입해야 했지만 그것을 아드리 감독님 사비로 하고 선수들 회식 때 그동안 모인 벌금을 사용하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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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전체를 올바로 분석하고 선수들이 약팀을 만나서 긴장이 풀어질 수 있는 시기에 적절한 동기를 유발하는 멋진 지도자의 모습이다.

이렇듯, 아드리감독은 참 냉철하다. 이성적이고 차분하다. 조용한 카리스마를 지녔다. 훈련 때도 정말 필요한 말만 한다. 가끔 진지한 표정에서도 농담을 던질 때도 있는 것 같다. 아드리 감독님이 팀을 이끄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참 많이 배운다. 나도 팀을 이끌게 됐을 때 어떻게 하자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스페인에서 UEFA B 과정 실습을 진행하는동안 '축구 훈련'만 배우려고 하지 않았다. 감독이 하는 모든 말을 이해하고 싶었고 생각도 궁금했다. 선수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궁금했고 코칭도 뭐라고 하는지 궁금했다.

훈련 외적으로도 배우는 것이 정말 많은 듯 하다. 아드리 감독을 보면 '성실함'을 배우고 싶다. 아드리 감독은 성인팀 선수로 활동하면서도 Juvenile B팀과 INFANTIL팀도 감독하고 있으며 심지어 스카우터 일도 하고 있다. 거의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다.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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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대표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아드리는 아마 몇년후에 높은 곳에 있을거에요 ^^"

축구에는 숙성이 필요하다. 시작은 미약할지 모르지만 이곳에서도 깊이 경험하고 저곳에서도 깊이 경험하고 시간이 지나 숙성됐을 때 활활 타오를 것이다. 나도 한국에 돌아가면 이렇게 하자는 결심을 세웠다.

사실, 스페인에 오기전까지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주말근무라도 생기면 '쉬어야 좋은데'라는 약간의 불만도 갖고 대회에 가곤했던 듯 하다. 그래도 막상가면 너무 재밌게 잘 해냈지만 그래도 돌이켜보면 '마인드'가 조금 달랐던 듯 하다.

스페인에서 아드리라는 감독을 만나고부터는 마인드가 조금 바뀌었다. 저렇게 실력이 뛰어난 사람도 쉬는 것보다 더 많은 날을 일하면서 부지런히 살아가고 축구를 알려고 노력하는데 나는 어떡헤해야할까라는 답이 저절로 나왔다.

흑백 요리사 프로그램에 나와 더욱 유명해지셨던 안성재 셰프도 손석희 앵커님께 "저는 지금 워라벨을 포기해야 나중에 워라벨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보며 무릎을 탁 쳤다.

시간은 무척이나 빠르게 흘러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같은 시간이라도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사용해 다양하고 깊은 경험을 진지하게 하도록 노력하자. 그것이 나의 피와 살이 될 것이다.

고기만 숙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축구도 숙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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