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관씨요?
그러니까 한창 술을 마시고 다닐 때의 이야기이다. 아내와 결혼을 한지 일이 년쯤 되었을까, 신혼이라면 신혼인 시기였다. 매일 술을 마셔도 아내는 학교 후배로서의 조신함으로 별다른 타박을 하지 않을 때였다. 내가 들어오든 말든 잠도 잘 자던 아내였다. 그날도 귀가하지 않은 남편은 알아서 잘 들어오겠지, 푹 자고 있는 아내가 있는 집으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여보세요, 경찰관입니다.”
잠이 덜 깨서 아직 얼떨떨한 아내는 누구시냐고 다시 물었으리라...
“누구시라고요?”
“네, 경찰관입니다.”
“김철관 씨요?”
아내는 그때 이렇게 생각했단다. 형 친구 중에 김철관이라는 사람이 있던가...
“백XX 댁 아닌가요?”
“네, 맞는데요. 근데 남편이 집에 없어요. 내일 전화하시면 안 될까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저는 경찰관입니다.”
“네, 김철관 씨. 아직 남편이 집에 안 들어왔어요. 내일 전화해주세요.”
“아니 제가 경찰관이라고요.”
“아니 그러니까 김철관 씨인 건 알겠는데요, 남편이 집에 없어서 안 되요. 제가 내일 남편한테 김철관이라는 친구 분한테 연락 왔었다고 꼭 전해 드릴게요.”
“아니오, 그게 아니라, 제가 지금 백XX 씨랑 같이 있거든요.”
아내는 다시 생각했단다. 아, 형이 김철관이라는 친구랑 술을 마시고 있나 보구나... 근데 왜 나한테 전화를 하지?
“그런데 왜요?”
“아니 저는 경찰관이고요. 지금 백XX 씨랑 같이 있다고요.”
아내는 그제야 조금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지만, 그러고도 몇 차례 더 경찰관과 김철관을 두고 실랑이를 벌인 후에야 사태를 파악했고, 경찰관과 함께 집 앞 놀이터 벤치에 앉아 있던 나를 집까지 데리고 왔다던가, 뭐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