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이나 관용구를 보면, 조상님들은 참 갬수성이 풍부했다 싶을 때가 있다.
땅이 꺼지는 듯 했다는 말도 그 중 하나. 대체 얼마나 좌절스러워야 내가 딛고 선 땅이 꺼지는 것 같단 말인가?
참 증말 과장도 심하시지 조상님들, 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오늘 드디어 그 말의 참뜻을 실감할 만한 일이 생겼다.
인생의 매운맛을 참교육해 주신 분은 다름 아닌 한 신탁사.
아니 애초에 신탁업에 관심도 없던 사람을 이렇게 끌어들이시고, 심지어는 회사에 스스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 정도의 애정이 생기게 한 다음, 최종면접에서 떨구셨겠다?
기업 공채 준비는 해본적도 없거니와 입터는 거 하나는 자신있다고
맨날 코큰소리나 해댔더니 - 아침에 눈 뜨자마자 땅이 꺼지는 듯한 절망이 무엇인지 알림톡으로 알게 해주셨다.
다음 면접은 상사.
기업 리서치 겸 미생이나 한 번 볼까 하고 틀었다가 초장부터 극한 알바에 뛰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장그래를 도저히 못 보겠어서 꺼버렸다. 와. 사는 거 쉽지 않다. 정말 오랜만에 죽고 싶다.
(2020.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