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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 Dec 13. 2020

착각

이별 뒤에 하는 것들

피곤할 때 들었던 네가 최근 빠져 있다는 드라마 주인공도 잘 기억하지 못하던 내가 요즘은 지나치는 모든 것들에게서 너를 보고 있어.

누가 점심으로 샐러드를 도시락으로 갖고 와선 요즘 속이 부대껴서요, 하면 컵라면만 먹어도 속이 불편했던 네가 생각나.

오래된 기종의 휴대폰을 쓰다 최신 휴대폰으로 바꾼 사람의 자랑을 듣고 있자면, 거기서 더 쓰다 휴대폰이 고장 나면 그건 고장이 아니라 휴대폰이 자살한 거라는 어느 sns의 글을 너에게 보여줬던 내가 생각나.

너에게 수도 없이 좋다며 떠들어댔던 드라마와 등장인물은 가끔 헷갈리는데, 그때마다 묘한 질투를 내비치던 너는 여전히 선명해서 이제 그 인물의 이름만 들어도 네가 생각이 나.

그러다 너랑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라도 만나면 기분이 이상해. 일주일에 다섯 번은 보는 그 사람 이름은 왜 하필 너랑 같아서, 원망도 했다가 너를 잊지 않으려 곱씹기도 했다가, 어떤 날은 네가 생각이 나서 잘해주다가 어떤 날은 또 네가 생각이 나서 밉게 굴어.


그 어디에도 너는 없는데, 아직 내가 너를 못 놓아줘서 자꾸 너를 찾고 있어. 보고 싶다는 말이 참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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