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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달빛 Sep 26. 2023

괴물이 또 나타났어

뺨풍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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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괴물이 또 나타났어.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니는 괴물의 눈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방 안 어디에도 숨을 곳은 없었어. 나는 이불 속에서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티다가, 결국 방에서 뛰쳐나왔어. 금방이라도 뒷덜미를 잡아챌 거 같은 오싹함에 서둘러 동생 방으로 갔어. 손잡이를 살그머니 돌리는데 문이 잠겨 있었어. 당황해서 한발 물러나 보니, 메모지가 붙어 있었어.

‘형 출입 금지!’

나는 동생 방문 앞에 그대로 서 있었어. 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절망감에 주저앉아 울고 싶었어. 다시 내 방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식은땀이 흘렀어. 그때 좋은 생각이 났어. 작은 베란다 창문을 통해 동생 방으로 들어가는 거지. 베란다의 수도꼭지를 밟으면 아마 가능할 거야. 나는 여러 번 시도했지만, 수도꼭지가 너무 작아서 발이 계속 미끄러졌어. 불가능한 일을 시작했나 싶었지만 다른 도리가 없었어. 나는 이를 악물고 양팔에 힘을 잔뜩 주었어. 젖 먹던 힘을 다해 좁은 창문으로 몸을 밀어 넣었지. 창틀에 어깨가 으드득 긁히는 느낌이 나면서 드디어 베란다 창문을 통과할 수 있었어. 하지만 팔에 힘이 빠져버린 나는 잡고 있던 창틀을 그만 놓치고 말았어.

꿍!

나는 그대로 동생 방안으로 떨어졌어. 잠들어있던 동생이 놀라서 깨어버렸어.

“아이, 정말 왜 그래? 형은 만날 왜 그러냐고!”

동생이 나를 확인하고는 짜증을 냈어. 그러더니 방문을 열고 안방을 향해 소리 질렀어.

“아빠! 아빠!”

그 소리에 아버지가 달려왔어. 급했는지 아버지의 모자가 기울어져 있었어. 나는 아픈 엉덩이를 문지르며 벌떡 일어났어.

“너 뭐 하는 놈이야?”

아버지가 소리쳤어. 나는 제대로 대답도 못 하고 더듬거렸어.

“아, 아버지, 밤이 너무 무서워서요. 그래서...”

찰싹!

눈앞이 번쩍했어. 나는 홱 돌아간 고개를 바로 하며 얼른 웃었어.

“웃어?”

찰싹!

나는 휘청이는 몸의 균형을 잡으려고 두 다리에 힘을 줬어. 정신없는 가운데 아버지의 호통이 이어졌어.

“빨리 네 방으로 돌아가서 자!”

아버지는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나를 노려보았어.

“한심한 놈.”

아버지가 모자를 고쳐 쓰며 안방으로 사라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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