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달빛 Sep 26. 2023

꿈을 꾸는 건가

뺨풍선 3

3

나는 소리치는 아버지보다 끔찍한 괴물이 기다리는 방으로 돌아가야 했어. 방안은 여전히 깜깜했어. 불을 켜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호통 소리가 방문을 넘어올 거 같았어. 나는 스위치에 댔던 손을 욱신거리는 뺨으로 가져갔어. 뺨이 손바닥을 조금씩 밀어내는 게 느껴졌어. 나는 손가락으로 양쪽 입꼬리를 올려보았어. 억지로 벌린 입으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들어왔어. 짭짤한 눈물을 삼키는데 목이 메었어.

‘우리 집이 정말 가난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방이 딱 하나뿐이라면 우리 가족 모두가 한 방에 누워 잘 텐데... 그럼 아버지 옆에는 동생이 누울 거니까, 나는...’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어. 바로 그때 괴물이 훅 다가왔어. 나는 머리를 감싸 안았어. 겁에 질려 눈물은 온데간데없었어. 괴물이 끌끌 혀를 찼어. 나에게 구제 불능이라고 말하는 듯했어. 나는 뒷걸음질 치다 의자 다리에 걸려 의자와 함께 우당탕 넘어지고 말았어. 괴물이 그런 나를 비웃었어. 나는 허둥지둥 엉덩이를 뭉개며 계속 뒤로 물러났어. 등이 책상에 닿아 더는 갈 곳이 없어지자, 괴물은 순식간에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바뀌었어. 괴물의 눈동자가 더 크고 또렷해졌어. 나는 자리에서 후다닥 일어나 창문을 열어젖혔어. 가로등 불빛이라도 들어오면 낫겠지 싶었는데 역시나 소용없었어. 괴물의 눈동자가 등 뒤에서 나를 노려보는지 뒤통수가 따가웠어.     

뺨이 묵직해져 왔어.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어.  뺨이 빠른 속도로 커졌어. 시한폭탄처럼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지. 솔직히 마음 한편에는 그냥 터져버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어. 그렇지만 이대로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서웠어. 나는 양손으로 커지고 있는 뺨을 얼굴에서 최대한 멀리 밀어내려 애쓰며 눈을 꾹 감았어. 어깨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지.

‘으, 터진다.’

그때였어.


“어어어?”


갑자기 내 발이 바닥에서 뜨기 시작했어. 놀라서 창틀을 붙잡았지만 내 몸은 창밖으로 붕 밀려 나왔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가벼웠어. 어두운 방에서 눈동자가 여전히 나를 노려보고 있었어. 나는 손에 힘을 풀어 잡았던 창틀을 놓아버렸어. 그러자 나는 그대로 하늘로 떠올랐어.

‘꿈을 꾸는 건가?’

밤하늘을 난다니 믿기지 않았어. 무시무시한 괴물도 더는 보이지 않았지. 뺨은 부푼 채였지만 방에서 멀어지니 아프지도 않았어. 떨어질까 봐 무서운 마음도 없고 그저 편안하기만 했어.          

이전 08화 괴물이 또 나타났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