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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달빛 Sep 26. 2023

음... 너도 나처럼 밤이 무섭니?

뺨풍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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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너도 나처럼 밤이 무섭니?     

나는 깜깜한 밤이 너무 싫어. 어둠 속에서 괴물이 나를 감시하거든. 내가 자려고 누우면, 이 괴물은 내 머리맡에 바싹 다가와. 그러고는 눈을 부라리며 내게 묻지.

“오늘은 또 무슨 잘못을 저질렀지?”

괴물이 이렇게 나를 추궁할 때면, 나는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써. 땀이 범벅이 되고 숨이 갑갑해도 이불 밖으로 나올 수가 없어. 밤이 깊어질수록 괴물의 눈이 더 크고 선명해지거든. 나는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귀를 막고 ‘제발 어서 잠들자, 제발 빨리 자자.’하고 되뇔 뿐이야. 

새까만 이불 속에서도 또렷하게 느껴지는 그 눈동자가, 나는 정말 무서워.     

아버지는 언제나 모자를 쓰고 있어. 아버지의 모자는 너무 커서 아버지에게 어울리지는 않아. 아버지가 내 잘못을 꾸짖을 때면 모자도 화가 난 듯이 마구 흔들려. 그때마다 나는 저 모자 안에 뿔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마치 뿔 달린 도깨비처럼. 나는 아버지가 ‘한심한 놈’ 하면서 모자를 고쳐 쓰면 비로소 마음을 놓았어. 그것은 아버지가 나를 혼낼 때 쓰는 마침표였거든.     

오늘은 선생님께 성적표를 받았어손에 든 성적표를 내려다보니 한숨이 나왔어지난번보다 성적이 떨어졌거든하지만 이번 시험은 전체적으로 어려웠어그렇게 나쁜 성적은 아니지그래도 이것을 아버지께 설명할 생각을 하니내 왼뺨이 시큰거렸어한 달 전 그날이 떠올랐기 때문이야.     

“이것도 성적이야?”

아버지가 성적표를 들고 내 코앞에다 거칠게 흔들었어. 아버지의 모자도 함께 흔들렸지.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어.

“죄송합니다.”

찰싹!

순간 귀가 멍했어.

“죄송하다고 될 일이야?”

아버지는 더 큰 목소리로 소리쳤어. 나는 어깨를 움츠리며 눈을 질끈 감았어.

“한심한 놈.”

아버지가 모자를 반듯하게 고쳐 쓰며 안방으로 들어갔어. 나는 아버지가 들어간 뒤에야 화끈거리는 뺨을 문질렀어. 눈물이 나오려고 해서 얼른 화장실로 달려갔어.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부끄러워서 참을 수 없었어. 찬물을 얼굴에 몇 차례 끼얹고 얼굴을 보니, 뺨이 동그랗게 부풀어 있었어. 울먹이는 내 얼굴은 진짜 못생겨 보였어. 나는 거울 속 나를 보고 억지웃음을 지어보았어. 광대뼈가 힘겹게 올라갔어. 어색하고 민망한 웃음이었지만, 볼에 힘이 들어가니 부푼 것이 조금은 숨겨졌어.

그날 이후로 아버지와 마주치기만 해도 뺨이 커지는 느낌이 들었어. 나는 누군가 그 사실을 알게 될까 봐 두려웠어. 그래서 그때마다 일부러 웃기 시작했지.     

나는 급히 성적표를 구겨 바지 주머니 속에 넣었어. 성적표는 안 보여주는 게 낫겠어.     

그날 저녁,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어. 달달 떨리는 다리를 주체할 수가 없었어. 숙제를 펼쳐놓고도 온통 신경은 바지 주머니 속에 가 있었지. 바로 그때, 내 등 뒤로 방문이 벌컥 열렸어.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니 아버지였어.

“아버지 들어오는데, 뭘 하느라 나와 보지도 않아?”

아버지는 성큼성큼 다가와 나를 뚫어지게 응시했어. 내 성적표에 대해 알고 있나 싶어 가슴이 쿵쾅거렸어.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버지를 올려다봤어. 숨이 턱 막혔어. 아버지의 눈빛이 샅샅이 나를 뒤지고 있었어.

“수... 숙제하고 있었어요.”

아버지와 눈이 마주치자 뺨에 불길이 훅 스쳤어. 나는 어정쩡하게 웃으며 조심스레 아버지의 눈을 피했어.

“한심한 놈.”

아버지는 모자를 고쳐 쓰며 방에서 나갔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어. 나는 의자를 돌려 책상에 엎드렸어. 아버지께 성적표를 보여주지 않은 건 정말 잘한 일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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