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관을 찾아서

감정 알아차림<2022.7.21>(with 교육분석)

by 세만월

"잘 읽었어. 빌리 조엘하고 본인을 비교해서 쓴 글 재밌더라고. 그런데 그 글을 쓰면서 어떤 기분이었어?"


"아이와 주말을 같이 보내고, 일요일 과학관과 갤러리를 다녀왔어요.

그 전날 토요일 아이를 재워 놓고, 아이가 9시 반도 안 돼서 잠들었거든요. 그때 음악을 들으며 쓴 글이었어요. 그때 저의 주 느낌은 외로움과 고독. 외로움이었어요. 예전에 사이코드라마 할 때도 저의 주제는 '외로움'이었어요.

저는 '인생' 하면, 외로움, 고독, (시간이 주는) 먹먹함, 노인, 이 네 개가 떠올라요.

저의 늘 화두예요. 인생은 외롭고 고독하다.

글을 쓸 때도 그런 거 같아요."


"그러네, OO이의 주제는 외로움이네. 그런데 그 외로움을 즐기기도 하잖아."


"네, 맞아요. 저의 주 감정은 외로움과 고독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키워드들이 저에게 와닿고 그게 인생으로 여겨져요.

결혼 생활 중에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지만, 제가 눌려 있어 무력한 상태였고, 남편을 벗어나서는 저답게 사는 느낌인데, 그러면서도 감수성들이 살아나 외로움을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이 더 좋아요.

현재 느끼는 외로움이 말씀하신 대로 좋기도 해요. 그러면서 글을 쓰거든요.


분명 외로움과 고독은 마음이 힘들어요. 마치 시지프스의 끝나지 않는, 영원히 반복되는 고문처럼 저의 이런 마음을 평생 간직하면서 꾸역꾸역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많거든요. 그런 감정은 참 고통스럽기도 해요."


"그럼 그럴 땐 어떻게 해?"


"출퇴근 길에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고, 산책길에 피어 있는 꽃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순간순간 풀어요. 그럴 때 행복감이 들어오거든요. 안 그래도 오늘도 점심시간에 저만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자연을 감상할 시간요. 회사 앞에 사진 찍기 좋은 명소가 있어요. 거기서 많이들 사진을 찍더라고요. 30분을 거기에 서서 하늘을 바라봤어요. 구름도 보고요."


"OO이에게 자연은 아무래도 본인이 투사가 되는 존재인 거 같아. 자연은 무엇이라고 규정되어 있는 게 없는, 비어 있는 존재 같은 거잖아. 흰색 도화지처럼. 무엇을 갖다 대도 다 본인 게 될 수 있잖아. 거기에 본인의 감정을 투사해서 자기감정을 보는 거지."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아이랑 미술관에 갔다가 양평행 기차를 타려고 플랫폼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하늘이 너무 멋진 거예요. 저녁 7시대였어요. 노을이 지는 듯한 주황빛에, 구름이 수백 마리 양 떼들처럼 하늘 전체를 뒤덮고 있었는데, 시선을 뗄 수가 없더라고요. 아이는 제 옆에서 만화 주제가를 부르고 있었어요. 꽤 노래가 길었어요. 그 노래를 듣는데, 아이가 기분이 좋아 보이니까 저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러면서 아이한테 얘기했어요."


"OO야, 엄마는 저 하늘이 너무 예쁘다. 저 구름도 너무 예쁘고. 엄마는 하늘 보고, 음악 듣고 하면 너무 행복해" 하고요.


아이는 듣는 둥 마는 둥 만화 주제가를 부르는 데 여념이 없었어요.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젊은 커플이 아이 노래를 듣더니 귀엽다고 막 웃었고, 노래가 끝나자 박수를 쳐 주었어요. 저는 그 옆에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고요. 너무 행복했어요. '외로움 속 행복', '행복 속 외로움'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순간에도 외로움과 고독이 있어요. 잔잔하게. 그러면서 행복해요.



"OO이한테 외로움은 언제부터인 거 같아? 본인 인생을 놓고 봤을 때. 어머니가 OO이 어렸을 때 보살펴 주셨다고 했지?"

"네, 6살 때까지는 집에서 계시면서 보살펴 주셨어요. 6살 그즘에 직장을 다니셨죠."

"그럼, 그때 누가 보살펴 줬어?"

"외숙모랑 이모요. 외숙모 집에서도 같이 지냈고, 이모 집에서도 같이 지냈어요. 동생은 시골에 몇 개월 떨어져서 지냈었고요."

"그게 얼마나 그랬어?"

"한 1, 2년?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아요. 그런데, 어머니가 이렇게 서로 떨어져 사는 건 아니다 싶어서 어렵사리 돈을 마련해서 단칸방을 구하셨어요. 이모 집 근처로요."

"그때 기억하면 어때?"

"......, 외로웠죠."

"그렇구나. 그때도 외로웠구나."

"네, 엄마가 회사에서 오실 때까지 동생 보살피고, 집안 청소해 놓고,......, 아버지 술버릇은 그때가 최고 절정기였을 때라 심하셨거든요. 하루 걸러 한 번씩 온 동네가 떠나갈 정도였으니까요. 이모도 자다 말고 그 소리를 듣고 밤늦게 찾아와서 아버지를 말릴 정도였어요."

"불안했을 거 같아. 안정감을 느낄 수 없게 말이야."

"네, 거의 매일이다 싶었으니깐 불안 그 자체였죠. 안정감을 가져 본 기억이 없어요. 불안하고 외롭고.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외로워요."

"참, 그래도 잘 컸다.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꿈을 잃지 않고 대학원 다니고, 상담일도 시작하고, 글도 쓰고, 많이 안정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힘도 되어 주고......., 그리고 동생도 잘됐잖아. 두 사람 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정말 삐딱선을 타고 잘못된 길로 얼마든지 갈 수 있었을 텐데."

"그러게 말이에요."



"그런데, 그 사주 보는 언니한테 '56세에 풀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땠어?"

"그냥 뭐랄까, 답답함이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요? '인생은 헛헛하다, 공허하다'란 생각을 56세 때나 되어야 안 하게 된다고 하니깐, 정말로 시지프스의 영원히 반복되는, 끝이 없는 인생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본인을 생각했을 때, 지금까지 본인이 걸어온 길을 봐봐. 누구 말을 듣고 결정한 적이 있나?"

"아니요. 제 판단으로, 남들이 볼 때는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결정을 했을 때도 많았죠."

"그런데, 어때. 그런 판단들이 어땠어? 다 잘 이끌어 준 거 같은데."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때그때 제가 결정했던 것들이 다행히 잘 이끌어 줬어요."

"OO이한테 직관이 있어서 그래. 나는 OO이가 자신을 더 믿어 줬으면 좋겠어. 왜냐하면 지금도 충분히 잘 해내고 있거든. 남들이었으면 못 버텼을 거야. 정말로. 그런데 잘 해내고 있잖아. 그동안 정말,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번 자기 인생을 쭉 봐봐. 칭찬해 주면서 자기를 더 믿어 봐. 그리고 당분간 그 언니한테는 미안하지만 전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 안 그래도 저는 직관이 좋은 거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되었던 것도 같고요."

"그걸 아는데, 그럼 왜 그 언니한테 OO이는 전화를 했을까?"

"그래도 전화를 하면, '저 회사 그만두고 싶어요' 하면 '지금 본인이 어떠어떠한 사주가 들어와 있어서 그래. 이거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하면서 풀어주시거든요. 그거 듣고 버티고 버티고 하다 보면, 또 회사 다니고 있더라고요. 그런 거예요. 제가 버티려고, 너무 힘들 땐요."

"그래, 그건 이해가 돼. 그런데, 회사를 정말로 그만둬야겠다고 생각이 들면 그 언니가 그러지 말라고 해도 OO이는 그만 둘 사람이잖아. 그렇지?"

"그렇죠. 제가 그만 둘 생각이 없으니깐 그 언니한테 전화를 하는 거죠."

"그러니깐, 그럼 왜 그 언니한테 전화를 할까?"


"음......, 위로?"


"그래, OO이는 위로가 필요한 거야. 그래서 구름을 보면서도, 꽃을 보면서도, 음악을 들으면서도 자기에게 필요한 위로를 해 주고 있는 거야."

"맞아요. 정말 위로가 돼요. 예전에 힘들었을 때와는 다른 게, 그때는 꽃도, 구름도 전혀 보이지 않았거든요. 음악을 많이 들었지만, 제 우울함에 갇혀 그 감정에서만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정말 위로를 받으면서, 인생을 그들과 함께 같이 걷고 있는 기분이 들거든요. 우주 만물이 제 속에 들어오는 느낌이랄까요? 그러면 또 에너지가 채워지는 것 같아요."

"맞아, 그런 거 같아. 본인은 그런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야. 그리고 지금 그래 주면서 잘 가고 있어. 그런데 우주 만물이라기보다는, 자기에게 필요한 감정을 받는 거 같아."

"네, 자연을 보면서 제가 느끼고 싶은 것들을 가지고 오는 거 같아요."

"맞아. 위로를 받고 있는 거지. 자연과 우주를 통해, 위로를 자기에게 해 주는 것 같아. 자기 스스로를. 깨끗한 우주에 자기가 원하는 감정을 투사시켜서 그것을 통해 자기를 위로하는 거지.


그리고,

땅과 하늘의 밸런스, 나와 타인에 대한 밸런스를 맞춰 가면서 지내면 좋겠어.


이 얘기를 들으니깐 어때?"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니깐, 또 어떻게 맞추지? 어떠한 노력이라는 걸 또 해 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요."

"밸런스가, 50 대 50으로 맞추라는 게 아니야."

"아, 저는 그런 건 줄 알고 답답하다고 생각했어요."

"본인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소리야. 어느 것이 본인에게 좋은지, 본인이 자기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를 잘 들어서 지내 나가자는 의미인 거지."


"안 그래도, 누가 저 보고 명상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수업 시간 때였나. 저 보고 잘할 것 같고, 잘 맞을 것 같다고. 명상을 하면 본인의 생각을 귀담아들으면서 본인을 보게 된다고. 그래서 직관이 더 발달된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OO이가 하고 있는 게 명상이야. 걷기 명상도 있고, 춤 명상도 있잖아. OO이는 출퇴근길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점심시간에 하늘을 보면서 그렇게 자기를 보고 있는 거야."

"아, 그렇네요."

"그러니깐, 본인을 믿어 봐."

"네, 제 직관을 믿고, 제 안에 소리를 들어볼게요."



"오늘, 상담 중에 이야기하면서 어땠어?"

"음......, 보통 때는 상담을 받고 나면 뭔가 정리되는 느낌이 들면서 차분해졌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뭔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들면서 혼란스러워요."

"본인이 어떤 사람인 거 같아?"

"음......, 모르겠어요. 저의 조각조각들이 다 흩어져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본 구름에 한 조각, 제가 본 꽃 한 송이에 한 조각, 하늘에 한 조각, 그래서 자연 속에 흩어진 채로 하나를 이루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혼란스러워요."

"그럴 거 같아. 그런데, 어떤 단계, 더 높은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또 한 번의 혼돈의 시기를 겪는 것 같아. OO이에게 지금이 그런 시기라고 생각이 돼."


"네. 이 시기를 잘 지나가 볼게요. 제 직관을 믿으면서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