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한 포기에도 이유가 있듯-인생의 풀 한 포기

감정 알아차림<2022.9.20>

세상 풀 한 포기에도 다 이유가 있다

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다

내가 언제부터 자연을 보았지? 하고 생각했다

힘든 시기에 경포대 바다를 보러 느닷없이 버스를 타고

파도치는 바다 앞에 서 있던 것이

내가 경험하는 자연이었다 고작

한껏 나의 우울감에 머무르기 위해 듣던 것이

내가 경험하는 음악이었다 고작

어린 시절 공포와 불안과 억압과 통제 속

잃어버린 시간처럼 속절없이 흘러버린 어린 시절

나의 아동기와 청소년기는 죽었다고 표현했던 지난시절

방황하며 보낸 영문학과 대학원 시절 그때 만난 상담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지금

나를 제대로 만나지 못한 속 훌러덩 해치운 결혼,

그리고 임신, 출산, 육아,

그리고 만난 상담학과 대학원,

상담 선생님과의 6년 만의 재회, 상담수련,

그리고 만난 내담자들,

상담 전공자로서 받는 상담 교육분석,

그리고 이혼,

그리고 제2의 진로, 이직,

그렇게 2022년 마흔둘.......

길을 걸어가면, 보이는 모든 것들이 하나씩 눈여겨 보인다

작은 풀 한 포기에도 다 이유가 있다는 말이

그냥 말은 아니구나 싶다

출근길 인도 한쪽에 듬성듬성 보이는 이파리에도 눈이 간다

네가 많이 품었구나 속으로 생각한다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잘 살았다 지금까지 여기까지

풀 한 포기를 보기까지 마흔두 해가 걸렸구나

아니, '풀 한 포기를 보는구나 이제'인 것 같다

눈물의 이유는

풀 한 포기에도 이유가 있듯

나의 마흔두 해 한 해 한 해에도 이유가 있다

나의 하루는 아무런 이유가 없지 않다

나의 인생은 풀 한 포기처럼 의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