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7일 사위와 통화한 날
‘인덴트’는 내 딸과 결혼한 지 일 년이 된 사위가 운영하는 망원동 커피 가게 이름으로, 문단이 시작되는 때에 첫 글자를 들여 쓴다는 의미라 한다. 대학 시절에 공부하러 미국에 갔다가 커피를 접하고 마음을 빼앗겨, 돌아와선 졸업 후로 커피 관련한 일을 하며 지금의 가게를 열기까지 커피에 대한 그의 열정은 끈질기게 이어져 왔다. 소설책이나 드라마에서 가끔 보았던 서울의 망원동 주택가, 한산한 골목에 열 평 남짓한 커피 가게에서 사위는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팔월 초에 안과 진료를 받으러 서울에 갔던 나는 호기심도 궁금함도 있던 터에 가게에 가볼 수 있었다.
오픈할 날을 며칠 남겨두고 사위는 몸도 마음도 바쁠 때였다. 친구 부부의 도움으로 깔끔하게 실내를 단장하고 아직 페인트 냄새가 가시지 않은 가게를 둘러보며, 며칠 전부터 혼자 나와 커피 맛을 내느라 여념이 없는 사위는 약간 들뜨기도 설레기도 하는 듯이 보였다. 꽤 오랜 시간을 커피에 관한 일을 하며 꿈꿔왔던 일이니 얼마나 설레었을지 짐작해본다.
번화한 시내, 북적이는 사람 속에 여기저기 대규모로 자리 잡은 이름난 커피 매장에 비교할 수 없지만, 왠지 내 사위가 거기 있다고 생각하니 초라하거나 서글프거나 하는 마음보다 그냥 마음에 쏘옥 들어왔다.
깔끔하면서도 세련미 있는 가게 간판만으로도 그 앞을 지나가면 망설임 없이 들어가 진하고 구수한 커피 향을 느껴보고 싶은 충동이 들겠단 생각을 했다. 키가 흠씬 큰 차분한 젊은 주인이 커피콩을 직접 갈아 내려주는 커피 향을 눈앞에서 보고 느낄 수 있고, 거기다 아늑함마저 더해져 딱 맞춤인데...
코로나로 어수선한 시기라 자칫 주춤하기도 초조해지기도 하련만, 사랑하는 내 사위는 망원동 골목 자그만 커피 가게에서 차분히 꿈을 이루어가고 있다. 그의 열정과 소망을 담아 내리는 진하고 구수한 커피 향이 망원동 골목길에 아스라이 퍼져나간다.
인덴트. 가게 이름처럼 다른 이들이 앞서 있을 때, 때로 앞만 보며 가던 걸음이 지칠 때, 문득 한걸음 뒤로 멈춰 가쁜 숨을 다독이고 다시 갈 때, 더 큰 걸음을 내디디는 공간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