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아파트 어느 집에서 아침밥과 반찬 만드는 냄새가 풍겨 나온다.
출근하는 기분이 우울모드에서 기분이 좋아진다.
‘ 아.. 오늘은 된장찌개네.'
‘ 오늘 아침 반찬은 감자볶음인가?, 소시지 반찬인가?’
아파트 어느 집에서 어머니는 새벽부터 일어나서 자녀들에게 아침밥을 차려주려고 반찬을 만들고 계실 것이다.
출근할 때 어느 집에선가 솔솔 풍겨오는 요리하는 냄새, 된장국 끓이는 냄새를 맡으면 정겹다.
그리고 나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나의 어머니는 아침밥에 진심이셨다.
여섯 명 자녀들 아침밥을 먹여 학교로 보내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셨다.
따끈한 밥을 짓고 뜨근한 국, 2가지 정도의 반찬을 만드셨다.
자식 한 명이라도 아침밥을 안 먹고 가는 날에 어머니는 힘들어하셨다.
그래서 여섯 명 자식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알기에 몇 숟가락이라도 아침밥을 꼭 먹었다.
하지만 막내인 나는 아침에 밥 먹는 것이 곤욕이었다. 그러는 나에게 아침밥을 먹이기
위해 어머니는 밥그릇을 들고 내 뒤를 쫓아다니셨다.
“한 입만 먹어라. 아침밥을 먹어야 힘이 나서 공부하지 ”
"아침밥을 먹어야 속이 든든해서 무엇이든지 한다."
"아침밥을 먹으면 건강해진다."
라는 말을 하시면서 말이다.
그럴 때마다 자주 짜증을 내곤 하는 나였다.
"아침에는 밥맛이 없다고요. 아고.. 오늘 너무 바빠 "
" 시험 보는 날이라서 오늘은 아침밥 안 먹을 거야"
말하면서 아침밥을 먹이기 위해 성화인 어머니에게 짜증을 부렸다.
되돌아보면 그때가 얼마나 행복한 일상이었는지 새삼 뒤늦게 깨닫는다.
나의 어머님처럼 내 딸에게 나는 아침밥을 잘 차려주지 못한다.
콘플레이크, 과일 몇 조각, 주먹밥 등으로 간단하게 차려주고 새벽에 집을 나온다.
나의 어머니와 비교해 보면 내 딸에게 나는 너무 미안하다.
출근하는 새벽바람에 어느 집에서 새어 나오는 아침 반찬 만드는 요리 냄새만으로도
요즈음 희석되어가는 정(情)과 사랑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정과 사랑을 전하는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져서 아침 출근길이 가볍다.
지천명이 넘은 나이지만 누군가 출근하는 나에게
아침밥을 차려주면서 " 아침밥 먹어야 든든하다"
라는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기를 기대하는 나의 생각은 너무 유치한 것인가?
그립다. 따뜻한 아침밥을 짓으셔서, 자고 있으면 코로 스며드는 반찬 만드는 냄새로
눈을 비비고 일어난 난에게 " 아침밥 먹어야 든든하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밥숟가락 위에 반찬을 얹어주시던 나의 어머니와 나의 유년 시절의 아침 일상이 너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