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이 있는 청춘들

주말에 사람 만나는 것도 노동이 되어가는 것 같은 서러운 나이가 되었다.

오랜만에 친구들이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바쁜 3월이어서 주말에 집에서 쉬고 싶은 맘이 있었지만 내 얼굴 잃어버리겠다는 말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을 나왔다.


지하철 타고 도착한 서울 잠실 타워 앞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며칠 전에 눈 왔던

날씨가 토요일에 화창하고 봄볕이 따뜻하다.

시간이 간사하다.

어떤 청춘들은 벌써 반팔을 입고 다닌다.


햇살을 받으며 벤치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내 옆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어여쁜 여인이 시계를 계속 보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눈치다.

지하철 개찰구 쪽을 힐끔 힐끔 보면서 콤팩트도 꺼내 화장을 다듬고 있다. 약간 상기된 표정이다.

내 친구가 30분 정도 늦는다고 메시지가 왔다. 약속시간을 착각했다고 한다.

그래 그럴 나이다. 용서하마.


내 옆에 앉아있는 젊은 청춘이 누구와 만나려고 저렇게 이쁘게 단장하고 나왔을까? 궁금했다.

10분이 지난 후쯤에 지하철 입구에서 멋있는 남자분이 내 옆에 앉아있던 여인 앞으로 다가가서

말을 건다.


둘 의 대화를 의도적으로 들은 것은 아닌데 그냥 들렸다.

“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나요? 1주일 만에 뵙습니다. ” 말하면서 환하게 남자분이 웃고 있다.

“ 아니에요. 저도 조금 전에 도착했어요”

“ 잠실 석촌호수는 한 번도 와보지 못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 그러세요. 제가 석촌호수 자주 와봐서요, 제가 안내할게요."

둘의 대화를 듣고 내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두명의 선남선녀 커플들은 소개팅으로 만난 후에 처음으로

데이트하는 커플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여성분이 남성분에게 석촌호수는 저쪽이라고 가리키면서 함께

걷자고 한다. 두 명의 커플이 나에게 멀어져 간다.

갑자기 내 입에서 터져 나오는 말은 “ 저 둘은 좋겠다. 얼마나 설렐까. 청춘이 좋기는 좋구나”

였다.


나의 설렘은 언제였나?

타인과의 만남에서의 설렘이 아닌 신체적 나이에 의한 비의도적 심장 떨림은 종종 있다.

봄 햇살을 맞으며 따뜻한 미소를 보이며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는 커플의 뒷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나의 20대에도 저런 설렘의 순간들이 있었다.

설렘의 순간들 속에서 만난 인연들 중에 내 남편은 아쉽게도 없다.

내 남편은 설렘과 가슴 떨림보다는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설렘을 주는 타인보다는 편안함, 존중, 배려, 서로 간의 뗄 수 없는 정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더욱 좋은 나이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잘 알지 못하는 커플들의 설레는 데이트 장면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하는 나도 아직은 청춘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