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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리 Apr 25. 2024

캐나다 12년의 회상록

요리는 예술, 쿠킹아트



캐나다에 온 지 12년이 되었다. 나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본다. 결혼 후 남편을 따라 엉겁결에 오게 된 캐나다, 정착시기에 겪었던 많은 고생들,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많은 해프닝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극복하고 내 인생의 또 다른 챕터를 써나가고 있는 지금의 나. 이 모든 나의 시간들을 어느 날 문득 글로 써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 생활 6년 차였을 때였다. 2018년 처음으로 고국인 한국을 방문했다. 6년 만에 만나는 가족들,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서 많은 지인들을 만나지는 못했었지만, 만나는 이들에게 그동안 캐나다에서 지내왔던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그런데 이 긴 이야기를 한 명 한 명에게 다 해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지내온 이야기만 해도 3시간이 족히 걸렸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나 캐나다 돌아가면 여태까지 이야기를 다 글로 써야겠어. 잘 정리해서 차라리 링크로 한 번에 보내주는 게 좋겠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캐나다에 돌아와 일상에 적응하고 있던 어느 날, 남편이 나에게 한 신문광고를 전달해 주었다. 


나는 캐나다에 살고 있었지만, 미국에 있는 한인 신문사에서 칼럼을 연재할 작가를 구한다는 소식. 마침 코비드로 인해서 잠시 일을 쉬고 있던 시기에 마음먹으면 당장 추진하는 나는, 그곳의 편집장님과 바로 연락을 했다. 이메일을 통해 이야기를 들으신 편집장님은 나의 이야기를 연재하고 싶어 하셨다. 그렇게 나의 첫 공식적인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 보시기 바란다. 브런치에 연재하는 내 이야기들의 기반이 되는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있는 요리 EP 1 - 접시닦이에서 호텔 셰프까지  https://koreanlifenews.com/%ec%9d%b4%ec%95%bc%ea%b8%b0%ea%b0%80-%ec%9e%88%eb%8a%94-%ec%9a%94%eb%a6%ac-1-%ec%a0%91%ec%8b%9c%eb%8b%a6%ec%9d%b4%ec%97%90%ec%84%9c-%ed%98%b8%ed%85%94-%ec%85%b0%ed%94%84%ea%b9%8c%ec%a7%80/


◾️이야기가 있는 요리 EP 2 - 새로운 도전, 요리 공부 시작 https://koreanlifenews.com/%ec%9d%b4%ec%95%bc%ea%b8%b0%ea%b0%80-%ec%9e%88%eb%8a%94-%ec%9a%94%eb%a6%ac-2-%ec%83%88%eb%a1%9c%ec%9a%b4-%eb%8f%84%ec%a0%84-%ec%9a%94%eb%a6%ac-%ea%b3%b5%eb%b6%80-%ec%8b%9c%ec%9e%91/


◾️야기가 있는 요리 EP 3 - 불보다 뜨거운 요리 열정 https://koreanlifenews.com/%ec%9d%b4%ec%95%bc%ea%b8%b0%ea%b0%80-%ec%9e%88%eb%8a%94-%ec%9a%94%eb%a6%ac-3-%eb%b6%88%eb%b3%b4%eb%8b%a4-%eb%9c%a8%ea%b1%b0%ec%9a%b4-%ec%9a%94%eb%a6%ac-%ec%97%b4%ec%a0%95/


◾️이야기가 있는 요리 EP 4 - 나에게 영감을 준 셰프들 https://koreanlifenews.com/4-2/


◾️이야기가 있는 요리 EP 5 - 레 마미톤스에 한국의 맛을 전하다 https://koreanlifenews.com/%ec%9d%b4%ec%95%bc%ea%b8%b0%ea%b0%80-%ec%9e%88%eb%8a%94-%ec%9a%94%eb%a6%ac-5-%eb%a0%88-%eb%a7%88%eb%af%b8%ed%86%a4%ec%8a%a4%ec%97%90-%ed%95%9c%ea%b5%ad%ec%9d%98-%eb%a7%9b%ec%9d%84-%ec%a0%84/


◾️이야기가 있는 요리 EP 6 - 코로나 시대 건강한 식생활 가이드 https://koreanlifenews.com/%EC%9D%B4%EC%95%BC%EA%B8%B0%EA%B0%80-%EC%9E%88%EB%8A%94-%EC%9A%94%EB%A6%AC-6-%EC%BD%94%EB%A1%9C%EB%82%98-%EC%8B%9C%EB%8C%80-%EA%B1%B4%EA%B0%95%ED%95%9C-%EC%8B%9D%EC%83%9D%ED%99%9C-%EA%B0%80/




나는 그동안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동안 그림을 그리는 사람, 옷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스스로 만든 이미지에 나의 모습을 제한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캐나다에 와서 우연한 기회로 요리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발을 들였기 때문에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에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이 일을 해왔다. 어릴 적부터 막연히 <명함이 많은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기는 했다. 지금 말로 하자면 <N잡러>의 개념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옛날 어른들 말씀으로는 한 우물만 파야 성공한다고 했는데, 지금까지의 나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는 환경이기도 했다. 중학생 때부터 용돈마련을 위해서 전단지 아르바이트, 고등학생 때는 아이스크림가게 아르바이트, 성장하면서 이것저것 참 여러 가지 일들을 해왔고, 또 잔잔하지만 다재다능한 나의 재주들이 이 일 저 일을 기웃거리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삶이 싫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평생 도전하는 <N도전러>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모든 재능들을 총동원해 최대한 쓰고 가는 삶을 살고 싶다. 설령 그것이 돈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선한 일, 내 안에 있는 가치관에 부합되는 것이라면 즐겁게 사용하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 이 글이 마무리되면, 나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계속 글로 남기고 싶다. 




지난 이야기에 이어 다시 요리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셰프 레이를 따라 그의 첫 인생 레스토랑에 수셰프로 왔다. 내려놓기에는 아까운 것들이 참 많기도 했지만, 또 다른 도전을 위해서 큰 결단을 했다.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고 레스토랑도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많은 메뉴창작과 매니지먼트 스킬들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레스토랑 오프닝 전, 포커스 그룹을 초청해서 했던 시식회 @김혜리


한식을 접목한 요리들, 콩스테이크와 루트보드 @김혜리,



레스토랑 전경 @김혜리




고추장 소스와 육회 Beef Tartare @김혜리


오픈키친에서 손님들이 음식을 즐기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직접 보며 에너지도 받고, 좋은 피드백도 받으며 마치 라이브로 공연을 하고 있는 공연자의 마음이 들었다. 물론 하나의 메뉴가 탄생하기 위해서 뒤에서 연구와 연습을 하는 과정은 있지만, 나는 누군가를 위해 한 접시 한 접시를 요리할 때, 한 번 시작하면 실수 없이 마쳐야 하는 라이브 공연을 한다는 마음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작가본인의 푸드 플레이팅 사진 중 @김혜리


레스토랑 오픈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캐나다 탑 100 레스토랑에도 진입하고 Diner's Choice에도 등극되며 좋은 날들이 지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늘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큰 조직 안에서 차려진 밥상에서 일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 창업초기에 많은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들과 재정난도 지켜보았고, 먼발치에서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도 가까이에서 많이 보게 되었다. 그렇게 협력하며 성장의 궤도를 걷고 있는 중에 예상치 못한 일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바로 코비드였다. 초반에는 영업시간에 제한이 있어서 레스토랑 다이닝을 줄이고 픽업오더만 받는 등 매출을 관리할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을 모색해서 레스토랑 운영을 했다. 그러다가 한동안 잠시 아예 운영을 못하게 된 시기도 있었는데, 이때가 나의 캐나다 생활에 큰 터닝포인트가 되어주었다. 


캐나다에서 계속 요리를 해왔지만, 디자인 공부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던 나였다. 마침 내가 생각했던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지난 상태였고, 이제는 디자이너로 돌아가도 되지 않겠나라는 열망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캐나다에서 디자인학과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지금은 요리를 연구하며 디자인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나의 비전은, 내 기준에 예술이라 생각되는 요리와 아트를 접목한 콘텐츠를 개발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지난이야기에 키친에서 일하는 여성셰프들의 애로사항 중 안정적인 임신의 어려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잠시 키친을 떠나 지금은 첫 아이 출산을 한 달 앞두고 있다. 




12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나의 캐나다 생활, 이제는 요리이야기뿐만이 아닌 더욱 풍성한 이야기들로 나의 N도전기, 성장기를 써 내려가고 싶다. 그리고 나의 모든 삶을 인도하신 분에 대한 이야기도 적는 진정한 작가가 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그동안 저의 이야기를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사진 : 김혜리, 브리아나 골디 (Brianna Gol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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