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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Oct 17. 2024

돌을 사랑한 남자 - 10. 진짜 사랑

그날로 선호와 연우는 연인이 되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결핍을 채워주며 함께 성장하는 연인이 되자고 약속했다. 비로소 두 연인은 처음으로 진짜 사랑을 시작하게 되었다.      


선호는 연우와 함께 버킷리스트를 실행해 나갔다. 이전에는 귀찮기만 했던 데이트들이 너무나 하고 싶은 것들로 변해 있었다. 함께 벚꽃 구경 가기, 놀이공원 가서 회전목마 타기, 동전 노래방에서 원 없이 노래 부르기,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하기, 함께 원데이클래스 가서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가수 공연 가서 응원하기, 워터파크 가서 수영복 입고 사진 찍기 등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버킷리스트 한 가지! 그것은 바로 자신의 자전적 소설을 쓰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돌을 사랑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돌을 사랑한 남자>라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옆에서 연우가 많이 도움을 주었다. 연우와의 대화와 조언을 바탕으로 조금씩 원고가 완성되었다. 퇴고를 거친 후, 드디어 선호는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했고 세 곳에서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가장 조건이 좋은 곳과 계약을 맺었다.     


얼마 후에 선호가 쓴 <돌을 사랑한 남자> 소설이 출간되었고, 선호는 작가가 되었다. 처음에는 판매가 저조했지만 점차 입소문을 타서 판매부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선호의 인지도도 올라갔다. 선호와 연우는 처음 데이트했던 바로 그 레스토랑에서 자축 파티를 열었다. 선호는 정말 자신의 인생 3막이 시작됐다고 느꼈다. 불우했던 과거가 인생 1막이라면 연우와 사랑을 시작한 게 인생 2막, 작가로서 성공한 것이 인생 3막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게 연우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잡지사에서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처음 받은 제의라 두려움도 있었지만 세상 사람들이 좀 더 진실된 사랑을 하기로 바라는 마음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단장을 하고 기자를 만나러 갔다. 기자는 미리 꽃다발을 준비해 왔다. 보라색 수국이었다.     


“작가님, 보라색 수국의 꽃말이 뭔지 아세요?”

“글쎄요. 수국을 좋아하지만 선물을 받아보는 건 처음이네요.”

“진심이에요. 작가님의 글에서 진정성이 묻어나서 골라봤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돌을 사랑한 남자가 인상적이에요. 작가님의 자전적 소설이시라고요.”

“네.”

“출산율이 저조한 시대에 사랑이란 게 쉽지 않아 보여요.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사실 조언이랄 게 있나요. 전 그냥 제가 느낀 것을 썼을 뿐이에요. 다만 제가 사랑에 실패해서 고통에 허우적거릴 때 의사 선생님께서 제게 하신 말씀을 해드리고 싶긴 하네요.”

“정신과치료를 받으셨나 봐요. 소설에도 쓰여있더라고요.”

“네. 다리가 아프면 정형외과에 가듯이 마음이 아플 땐 정신과에 가죠.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사랑엔 이유가 없다고요. 그 말을 듣고 처음 무언가를 깨달았어요. 난 늘 조건부 사랑을 하고 있었구나. 그런데 정말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니깐 알겠더라고요. 사랑엔 아무 이유가 없다는 것을요. 사랑을 하는 데 조건을 아예 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러나 누군가에게 향하는 마음, 가슴 떨리는 감정은 정말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 돼요.”

“제 눈가가 촉촉해지네요. 말 그래도 영화 같은 사랑이네요. 작가님의 소설이 한 편의 영화 같아요.”     


기자와 선호는 훈훈하게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 모습을 연우가 시종일관 지켜보았다. 선호와 연우는 둘이 손을 꼭 맞잡고 인터뷰장을 나갔다. 기자는 그런 둘을 바라보면서 자신도 곧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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