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건강한 어린이들을 보면 정말 생기가 넘친다. 작은 일에도 까르르 웃고 끊임없이 수다를 떨며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나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는데, 산전수전 다 겪으며 나는 어느덧 마음의 탄력을 잃어버린 것 같아 씁쓸해진다. 마음이 유연하다는 건, 시련이나 좌절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꾸준히 다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전엔 정말 심각한 불안에 시달렸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음이 넘친다는 여고생 시절에도 홀든 콜필드처럼 심각한 실존적 고민을 안고 살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가볍고 미니멀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수녀님, 농담을 즐기시고 웃음도 배우세요. 지나치게 심각해하시지 마시고 아빠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아이처럼 단순하게 기도하세요. 그리고 수녀님의 가장 귀중한 능력 중의 하나인 식욕을 잃는다면 수녀님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어요?/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p.212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웃고 긍정적으로 사는 게 아닐까 싶다. 사람마다 삶의 굴곡이 다르지만, 한때는 멘델스존이라는 음악가가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비발디 같은 음악가들은 많은 시련과 좌절을 겪었는데 멘델스존은 부유한 집안에서 평탄한 삶을 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리하여 삶의 시련이나 고난을 내 삶을 단련하는 재료로 쓰고 싶었지만, 아무 걱정 없이 순탄한 길만 살아온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휘청거려보지 않은 사람들은 막상 고비가 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아무도 예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미 시련을 겪은 사람들은 그를 극복해 낸, 내공이 있어서 어쩌면 그 이후에 더욱 낙관적으로 미래를 그려나갈지도 모른다. 유대인 수용소에서도 낙조를 보며 희망을 발견했던 빅터 프랭클과 그의 수감자 동료들처럼.
내 마음의 자국과 상처가 너무 많아서 회복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즐겁고 유쾌한 기억들로 덧칠해나가고 싶다. 얼마 전에 쓴 글 ‘우울한 한국 사회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 (우울한 한국 사회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가 조회수가 10,000 이상을 기록하며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며칠 전에 정신과의사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뇌부자들>에서는 ‘고립’과 ‘은둔’이라는 주제로 콘텐츠를 올리기도 했다. 지나친 경쟁사회에서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마음이 힘들거나 슬픈 사람들이 한껏 아파하고 슬퍼하다가 결국엔 다시금 웃음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삶을 가볍게,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처럼 소풍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웃긴 코미디 프로그램도 많이 보고 농담도 많이 나누며 여행도 다니며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말랑말랑하고 촉촉한 감성을 위해서 시집이나 에세이, 동화를 많이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조금 있으면 피어날 봄꽃맞이 나들이를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신앙심을 다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모든 것마저 힘겹다면... 악동뮤지션의 찬혁이 동생 수현에게 조언해 준 것처럼 일단 하루 5분, 10분 산책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다. 몸이 천근만근 무거울 땐,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몸을 움직여본다면, 조금씩 다시 온몸에 피가 뜨겁게 흐르지 않을까? 웃음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매일을 빗방울이 톡톡 대지를 두드리듯이 가볍고 경쾌하게 살아가고 싶다.
https://youtu.be/sySlY1XKlhM?si=uHu1049ywzx9mjVB
https://youtube.com/shorts/O0wCTEhay9g?si=QEZNBg2XG2Ca6J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