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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생님께 너무 의존하는 건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또 어떨 땐 괜찮은 것 같아서 이번 주 예약을 취소했는데 너무 후회된다. 이런 적이 여러 번 된다. 병원 가야지 하고선 ‘아니야, 너무 의존하는 것 같아.’ 그래서 취소하고 후회하고.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너무 막막하다. 의사 선생님은 목발이 필요한 사람에게서 목발을 뺏을 수 없으니 괜찮다고 하셨지만, 나는 목발 없이 누군가와 함께 걷고 싶을 뿐인데. 내가 자꾸 망설이고 예약을 취소하고 불안해하는 건, 언제까지 병원만 다녀야 할까? 하는 존재에 대한 불안인 것 같다. 예전에 의사 선생님한테 “저 언제까지 병원 다녀요?”라고 물어보니깐, 그런 건 내가 결정하면 된다고 하셨다. 난 그래서 좀 슬펐다. 의사 선생님이 정확히 기한을 정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사 선생님은 다정하고 똑똑하시다. 그런데 한 번 진료 볼 때 20분밖에 못 보기 때문에 서운하다. 그래서 난 비대면 진료도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 그런 건 없다고 하셨다. 상담사님과는 종종 비대면으로 한 적이 있어서 여쭤본 거였다. 가끔 혼자 쓸쓸할 때 의사 선생님은 지금쯤 뭘 하고 계실까 궁금하다. 묻고 싶지만, 선 넘는 것 같아서 묻지도 못했다. 학번을 여쭤본 적 있는데 개인 신상은 알려줄 수 없다고 하셨다.
이번 주에 병원에 못 가면 주말에 자택에 남아서 봄맞이 옷정리를 할 생각이다. 캡슐옷장에 대해서 알게 됐는데 나도 캡슐옷장처럼 기본아이템과 꼭 필요한 것과 트렌디한 것만 남기고 다 정리하고 싶다. 지금 아파트에 방 하나를 다 드레스룸으로 쓰고 있는데 솔직히 혼자 사는 여자치고 옷이 너무 많다. 내가 정신과치료받으면서 살이 많이 쪄서 옷을 전부다 새로 사느라 날씬할 때 입은 옷까지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열심히 식단관리를 하고 있는데 쉽지는 않다. 살을 빼는 건, 기간을 길게 목표로 두고 일단 건강한 음식 먹기에 주력할 생각이다. 가끔 오랜만에 가서 의사 선생님한테 다이어트로 살 뺐다고 자랑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의사 선생님한테 좋은 일 생기면 꼭 이야기한다. 주변에는 자랑을 들어줄 사람이 가족 빼고는 거의 없는데 의사 선생님은 꼭 좋은 친구 같기도 하다. 내가 여태껏 연락을 하는 친구들은 전부다 내가 기쁜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준 친구들이다. 좋은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은 주변에 좋은 친구가 많은 것 같았다. 내가 “기쁜 일이 있으면 질투가 되고 슬픈 일이 있으면 약점이 된다.”라고 하니깐 “기쁜 일이 있으면 두 배가 되고 슬픈 일이 있으면 반이 된다.”라고 바꿔서 말씀해 주셨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에서는 친절한 사람을 별로 못 만났는데 일본 여행 시 친절한 분들을 많이 만났다고 하니깐 별로 공감을 못하시는 것 같았다.
무튼 내가 의사 선생님한테 진료일기 써도 되냐고 여쭤보니깐 괜찮다고 하셨다. 의사 선생님이 한 말씀도 써도 된다고 하셨다. 내 글은 거의 보여드린 적이 없는데 내가 쓴 글도 보여드리고 싶다. 의사 선생님이 너무 좋다. 주디의 저비스(키다리 아저씨)처럼 나에게도 의사 선생님이 그런 존재다. 저비스 씨는 주디의 열렬한 후원자였고, 의사 선생님은 내 마음의 등대고 나를 성장하도록 이끌어주신다. 의사 선생님이 안 계시면 너무 슬플 것 같다. 대신 의사 선생님이 계시면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힘이 난다. 그래서 정말 마음이 아프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의사 선생님께 이 글을 보여드려야겠다.
챗GPT가 그려준 그림https://youtu.be/12W5qcG2vXw?si=7oIz6vHJVUEukB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