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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한 호기심

by 루비

Cover Image 출처: Freepik


앤 셜리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아이였어요.


“가끔 다이애나를 생각하면 아주 슬퍼져요. 하지만 아주머니, 너무 오래 슬픔에 빠져 있기엔 세상이 참 흥미롭지 않나요?”


슬픔에 잠겨 있다가도 금세 새로운 세계로 눈을 돌리는 앤의 태도는, 무한한 상상력과 끊임없는 호기심 덕분이었죠.


말썽꾸러기라 구박받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음에도 앤은 세상에 대한 애정을 한순간도 놓지 않았습니다.


만약 우리 아이들도 앤처럼 세상을 바라본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사계절 꽃과 나무를 사랑하고, 곤충의 움직임을 세심히 관찰하며, 친구에게 궁금한 마음을 품고 탐구 보고서를 쓰는 어린이들.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하겠지요.


앤은 누구보다 친구 다이애나를 사랑했고, 마릴라와 매튜, 그리고 초록 지붕 집이 있는 프린스에드워드 섬을 깊이 아꼈어요.


그 사랑의 출발점이 바로 호기심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과 가족, 친구들을 마음 깊이 아끼고, 주변 세상에 호기심의 안테나를 세우고 살아가면 좋겠어요.
그런 아이들이 많아진다면, 이 세상은 분명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낙원이 될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안타깝게도 조금 다르죠.

문제집과 학원으로 길들여져,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라고는 사라져 버린 듯한 퀭한 눈빛의 아이들을 마주할 때면, 마음 한켠이 아려 옵니다.

숫자와 몇백 개의 영어 단어만이 전부인 아이에게, 인생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9화에서 ‘방구뽕’이라는 자칭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이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하나,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둘,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셋,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그 말은 마치 우리 앤 셜리를 대변하는 듯했어요.

자작나무 숲에서 다이애나와 소꿉놀이를 하고, 소풍을 앞둔 밤에 들뜬 마음으로 뒤척이며, 매일매일 구슬을 꿰듯 행복하다고 말하던 앤.

그런 앤처럼, 우리 아이들도 매일을 즐겁고 사랑스럽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아이들의 호기심의 싹을 자르지 않아야 합니다.


‘능력 향상’이라는 명분 아래 학원 수업과 보충 과제를 강요하기보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것, 궁금해하는 것에 시간을 허락하고, 그들의 관심사를 따라 자연스럽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어른들, 교사들이 되어야 해요.


그리고 그 첫걸음은, 어른들 자신이 먼저 호기심 많은 사람이 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아이들과 함께 궁금해하고, 함께 배워가는 태도를 지녀야 해요.


호기심은 세상을 빛나게 하고, 삶을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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