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의 밤
2016년 여름,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그림을 보았다. 그의 처절한 외로움, 슬픔, 고독, 아름다운 별빛이 담긴 그림. 뉴욕에 있는 <별이 빛나는 밤>을 직접 본 적이 없어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때만큼은 고흐의 광기가 그리 심하진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도 평화로웠다. 아름다운 밤의 강가를 떠올리기에 충분한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어제저녁, 정확히 고흐의 그림과 겹치는 풍경을 두 눈에 담고 왔다. 바로 내가 사는 이곳 가평에서!
한 번은 일요일 저녁, 서울에서 7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IC 근처 거의 다 와서 차가 어찌나 밀리던지 이곳이 과연 휴양지가 맞긴 맞는구나 싶었다. 수도권에서 주말여행으로 많이들 찾는 곳. 나는 이곳 가평에서 2년간 파견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매일 퇴근 후에는 근처 체육공원에서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 걷기를 한다. 내가 좋아하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보폭을 크게 하며 걷는 그 시간이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임에도 휴식과 같은 기분을 안겨준다. 탁 트인 운동장과 삼삼오오 조깅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표정, 얼굴을 간질이는 바람이 낮 동안의 일과로 인한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어제도 여느 때처럼 체육공원을 찾았다. 그런데 조금 걷고 나니 비가 한 방울,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실로폰을 연주하듯이 빗방울이 내 머리카락을 두드렸다. 나는 얼른 걸음을 빨리하여 천장이 덮인 벤치로 가서 잠시 기다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산을 쓰고 계속 걷는 사람들과 반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내 마음은 내리는 비와 색색깔의 우산과 초록의 잔디와 함께 경쾌함으로 잠시 잠깐의 여유를 즐긴다.
이내 비는 멈추었고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 정말 좋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봄, 여름에는 집 근처 헬스장을 잠깐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네모난 건물 안에서 좋아하지 않는 TV 프로그램을 보며 트레드밀을 뛰는 것은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보다는 이처럼 자연과 함께 숨 쉬며 하늘에 무한히 펼쳐진 구름을 바라보며 걷는 것이 훨씬 신나고 즐겁다.
한 시간이 지나 체육공원을 나와 차를 몰고 북한강을 향해 달렸다. 그냥 왠지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8분 정도 달려 북한강 강변에 있는 카페 한 채를 발견했다. 코로나 때문인지, 비가 와서인지, 저녁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은 나밖에 없었다. 고르곤졸라 피자, 불고기 피자 메뉴가 눈에 들어온다. 와인과 콜드 브루도 있었다. 이미 저녁을 먹고 온 나는 젤라토를 주문했다. 젤라토를 들고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 강 바로 옆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어느새 사위는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래도 좋다. 저녁 늦은 시간 혼자 카페에 앉아 젤라토를 먹는 여유를 누릴 수 있음이 좋다. 카페테라스 풍경은 고흐의 그림 <밤의 카페테라스>를 연상시킨다. 천천히 도서관에서 빌려온 그림책을 넘긴다. 이름이 ‘남달라’인 펭귄이 주인공인 그림책. 마치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높다란 아파트촌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시대에 남다르게 살아가고 있는 나의 이 생활을 즐겨야겠다. 강물에 비치는 가로등의 노란 불빛이 마치 별빛처럼 느껴진다. 조용히 돈 맥클린의 Vincent를 듣는다. 어느새 나는 1888년, 남프랑스 아를을 서성이고 있었다.
https://youtu.be/oxHnRfhDmrk <돈 맥클린의 빈센트>
But I could have told you / Vincent / This world was never meant for one as beautiful as you
난, 빈센트 당신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도 있었겠지. 이 세상은 당신같이 아름다운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는 곳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