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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Sep 15. 2019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예상 밖의 경험들

인천공항에서 사서 유럽여행 내내 유용하게 활용한 저스트고 유럽

episode1_걷고 또 걷고

 런던을 여행할 때는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기도 했지만 일단 지도(저스트고 책 활용)를 펴놓고 정말 많이 걸었다. 하루 이틀쯤 지나자 런던의 지형과 방향이 머릿속에 그려졌고 어느새 런던이 마치 홈타운인양 헤집고 다녔다. 무엇보다 런던에는 공원이 많아서 정말 걷기에 좋았다. 버킹엄궁전 가는 길에 보이는 그린파크부터 해서 그 옆에 아주 큰 하이드 파크, 세인트 제임스 파크, 리젠트 파크 등. 크고 넓고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이 절로 행복해지게 한다. 부럽다. 그 부러운 거리를, 싱그러운 초록의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었다.(살도 빠졌다!) 걷다가 배가 출출하면 공원 풀밭에 철퍼덕 앉아서 샌드위치와 과일주스로 끼니를 때우거나 팔베개하고 드러누워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겼다.







episode2_도버해협을 건너다

 잔잔한 물 위에 눈에 보이지 않게 균형을 맞추고 있는[맴돌고 있는] 저 크고 아름다운 배들, 꿈꾸는 듯 한가해 보이는 저 단단한 배들, 저들은 우리에게 소리 없는 언어로 속삭이는 것 같지 않은가? 너희는 언제 행복을 향해 돛을 올릴 것이냐?  - 여행의 기술(알랭 드 보통)

 런던에서 파리로 넘어가는 건, 매우 피곤하고 힘든 일이었다. 신나기도 하지만. 급하게 유럽여행을 준비하느라 유레일패스를 소지하지 못하고 갔던 나. 런던 도착해서 파리로 가는 유로스타를 검색하니 30만원에 육박하는 기차표. 이건 도저히 아니다싶어 고유로 어플을 이용하여 야간버스를 검색했고, 기차보다 훨씬 저렴한(대신 시간은 몇 배로 걸리는) 가격에 표를 구할 수 있었다. 내가 이용한 버스는 독일의 플릭스버스! (런던에서 하루 기간을 더 연장하는 바람에 취소를 하고 다시 버스표를 구매해야했는데 다른 유럽 버스도 그런 건지 플릭스 버스만 그런 건지 아무튼 취소하면 환불이 바로 되는 게 아니라 바우처로 돌려준다.)

지도에 뜨는 경유시간. 실제로는 9시간 걸렸다

 저녁 9시쯤 출발하여 1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달리니 출국심사장! 여권에 도장을 받고, 다시 버스를 타고 조금 달리자 도버해협을 건너는 유람선에 도착. 유람선 내 주차장에서 버스를 내려 유람선 내 객실로 옮겨 탐. 2시간 동안 바다를 건너고(유람선에서 바로 바다가 보이는 창 옆에서 담요를 덮고 자다가 아무리 강화 유리라해도 왠지 무서워서 다시 유람선 정 가운데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쨌든, 신기하다. 내가 도버해협을 건너다니.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는데 하늘을 둥둥 날고 있는 기분은 뭐지? 피곤하면서도 행복했던 순간!) 다시 버스 탑승. (이 때 하마터면 버스를 못 찾아서 큰일 날 뻔 했다. 십년감수!) 버스에서 계속 잠을 청하니 밤 9시에 출발했던 버스가 다음날 새벽 6시에 파리 시내 도착. 우와~ 이제 파리다. 


episode3_파리의 빛나는 의인

 숙소가 Riquet역에 위치하고 있어서 파리로 넘어온 첫날 지하철을 타고 바로 Riquet에 도착.(사실 지하철 한 정거장을 지나쳐서 내려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제 여기서 조금만 걸으면 숙소인데 갑자기 휴대폰은 꺼지고 한인 민박집 사장님과 연락할 길은 뚝 끊기고 말았다. 이 때,  길도 모르고 헤매던 나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봐주며 자신의 보조배터리를 빌려준 프랑스 남자가 있었다. 비록 서로의 휴대폰 기종이 달라서 충전에는 실패했지만 그 따뜻한 배려에 파리는 위험한 지역이라는 편견을 어느 정도는 말끔히 씻어주었다. 매우 감사하다.


밤에 빛나는 에펠탑

episode4_에펠탑을 바라보며

 에펠탑 앞에 도착해서 개선문 쪽으로 가고 싶어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웬 한국인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길을 잃은 것 같은데 도와주겠다면서. 그 길로 우리는 함께 에펠탑 앞 다리를 건너 세느강을 구경하고 사람들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다.(결혼한 누나 만나러 아테네에 왔다가 잠시 파리를 들렸다가는 길이라고 했다.) 에펠탑 뒤 광장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더 나누고 밤이 늦어서 헤어졌다. 먼 타국 땅에서 예상 밖의 즐거움이었다.(사실 속으로 영화 비포선라이즈를 살짝 기대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기대일 뿐…….)     

 








episode5_융푸라으요흐 가는 길

 숭고함은 우주의 힘, 나이, 크기 앞에서 인간의 약함과 만나는 것이다. 이것은 유쾌할 수 있고, 심지어 사람을 도취시킬 수도 있다. -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까지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오고 내려오는 길도 정말 좋았다. 살짝 비가 내리기도 하였는데, 가는 길에 한 스위스 사람이 친절하게 나를 안내도 해주었고, 내려오는 길에는 일본인 여행객이 내가 추워서 떨고 있으니 자기 점퍼를 빌려주기도 하였다.(국적을 넘어서 서로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외국 분들에게 매우 감사하게 느낀 바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언덕의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의 모습이 달력의 그림 같은 풍경을 이루었고, 알프스 산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빙하 폭포수의 세찬 물줄기는 거대한 장관을 이루어 자연의 위대함에 연신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또한 산악열차를 타고 바라본 알프스 산의 아름다운 풍경은 당장이라도 내려서 걸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실제로 걸어서 다니는 사람도 보았다. 열차로도 꼬박 왕복 5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릴 만큼 힘든 면도 없진 않았지만 인터라켄에 간다면 꼭 가볼만한 곳이다.(인터라켄 동역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떠난다.)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 산 오르는 길

 한편 한국어로 된 안내책자에는 융푸라우 산을 오르는 산악철도의 철로를 건설하기 위해 많은 이탈리아 노동자들이 사고사했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자연의 숭고함을 넘어선 경외감과 허망하게 목숨을 잃어야했던 노동자들에 대한 안타까움,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도 함께 가지게 되었다.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보낸 3박 4일 중 하루는 모조리 잠을 자며 체력 보충하는데 시간을 쏟아 부어 아쉽다. 첫날도 밤늦게 도착하고 마지막 날은 오전 일정만 잡고 베니스로 향하고, 2박 3일 같은 3박 4일을 보내고 왔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에 다시 한 번 와야겠다고 다짐! 그 땐 정말 철저하게 준비해서, 휴식 같은 여행보다, 구석구석 다 헤집고 다니는, 발 빠른 여행을 하고 싶다.     


episode6_폭풍우를 만나다

폭풍우가 밀려와 어두운 베네치아 선착장

 산마르코 광장에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폭풍우. 유럽 여행 내내 날씨가 너무 좋아서 나는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하필이면 물의 도시에서 만날게 뭐람! 하지만 이 또한 여행의 낭만이라고 생각하고 즐기기로 했다. 어찌되었든 호텔에서 산마르코 광장까지 한 시간을 걸려서 걸어왔는데 다시 그 수많은 섬을 다리를 건너 돌아갈 순 없고 때마침 바포레토 선창작이 보여서 그리로 갔다. 안되는 영어로 의사소통하며 승차권을 구입, 배에 승선하여 무사히 산타루치아 중앙역까지 되돌아올 수 있었다. 배에서 한국인 일행을 만나(둘이서 여행 온 누나와 남동생이라고 한다.) 이야기도 나누고 정보도 주고받다가 헤어졌다. 이 또한 하나의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산타루치아 중앙역에 도착하자 폭풍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쳐 있었다. 예전에 조니뎁이 주연한 영화, 투어리스트를 보며 나도 베네치아에 가서 수상버스든, 곤돌라든, 모터보트든 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꿈을 이뤘다. 비록 생쥐 꼴을 하고 탔지만은.


episode7_준세이와 아오이를 생각하며

누군가를 가장 사랑하는지 알고 싶으면 멀리 여행을 떠나라 - 냉정과 열정사이 (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를 매우 감명 깊게 본 지라 두오모 성당에 꼭 올라가보고 싶었으나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할까하다가 힘을 내 줄을 서보았지만 결국 짧은 반바지 차림이라해서 올라갈 수 없었다. 아쉽다. 멋진 사진도 찍고 왔어야하는데.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episode8_로마에서 만난 소프라노

 밤에 걷는 로마의 골목길 한구석에서 들려오는 소프라노의 아름다운 울림 노랫소리~ 황올 그 자체! 나라를 초월한 감동의 순간이었다. 멀리서 바라보는 자태 또한 고운 드레스 차림에 아름다웠다. 세상은 넓고 세계는 다양하다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episode9_장미꽃과 고백

Under The Tuscan Sun, 2003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스페인광장에서는 장미꽃 선물인지 알고 받았다가 돈을 갈취당한. 또한 이탈리아 남자들이 동양 여자를 그렇게 좋아한다더니 실제로 온 몸으로 체감하고 왔다. 조금만 걷다 보면 "I love you." "You are beautiful~" 하는 남정네들이 어찌나 많은지. 여행일정만 넉넉하다면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 중 로맨스가 실제로 내게도 이뤄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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