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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Sep 10. 2019

유럽에서 배운 것

여행 is 행복

플러그 소켓, 욕실의 수도꼭지, 잼을 담는 병, 공항의 안내판은 디자이너가 의도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줄 수 있다. 심지어 그것을 만든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수도 있다. 사실 스히폴 공항의 안내판을 만든 나라는 영국과는 아주 다른 나라인 것 같다. 그 안내판이 나에게 진정한 기쁨을 준다면, 그것은 한편으로는 내가 다른 곳에 도착했다는 첫 번째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외국에서 이국적이라고 여기는 것은 우리가 고향에서 갈망했으나 얻지 못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 여행의 기술(알랭 드 보통)


알랭 드 보통의 책 <여행의 기술> 중 한 대목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낯섦, 색다름이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 실제로 그렇다. 여행에서 느끼는 가장 확실한 쾌감, 즐거움 중 하나가 한국에서와는 다른 점, 차이점들을 발견하고 짜릿함을 느껴가는 것.

그런 점에서,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여행은 여러 모로 나에게 신선함과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런던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꽃집

먼저, 런던!


가도가도 너무나 예쁜 거리들. 골목 어디를 가도 예쁘게 정비되어 있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 빨간색 이층버스와 함께 아름다운 이국적인 모습을 자아내는 그 풍경이 너무나 좋았다. 게다가 거리는 한국과 다르게 자동차 위주가 아닌 보행자 우선. 신호등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느리게 느리게 서행하는 버스, 택시, 차들이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내가 런던에 도착한 날, 칼부림 사건이 있어서 다소 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어찌되었든, 런던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동화속 나라를 여행하는 것 같은 충분한 황홀감을 내게 선사하였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바라본 파리 시내 전경

두번째는 파리!


예술의 도시답게 파리는 무엇보다 세느강의 정경이 너무나 좋았다. 바토무슈를 타고 바라본 세느강변 길 따라는 술 마시고 춤추는 낭만적인 파리시민들이 가득하였고 저녁 밤늦도록 거리의 파티가 이어지고 있었다. 영화 속 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처럼, 멋진 연인이 함께 였으면 더욱 좋았을 낭만 그 자체의 정경. 소주에 삼겹살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와인에 취해 춤을 추며 밤의 도시를 활보하는 것도 멋진 추억이 될 듯.



상공에서 바라본 인터라켄. 청록빛 호수와 푸르른 산맥이 절경을 이룬다


세번째는 인터라켄과 그린델발트!


달력 속 그림같은 도시가 바로 여기구나, 지상의 천국이 여기구나 느끼게 해준 곳. 인터라켄에서 그린델발트를 거쳐 융프라우요흐로 올라갈수록 더욱 강렬하게 느꼈다. 어찌나 풍경이 아름답던지. 한가로운 목초지의 소들과 들가의 야생화, 푸르른 호수, 산 정상에서 녹아내리는 빙하물들이 고산지역을 오르내리는 힘겨움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다음에는 트래킹도 꼭 해보고 싶은 곳!


폭풍우를 예고하는 베네치아


네번째는 이탈리아의 모든 도시!


내가 가본 곳은 베니스, 피렌체, 로마 뿐이지만. 기차 타고 지났던 베로나와 밀라노를 비롯하여 폼페이, 나폴리, 포지타노, 친퀘테레도 가보고 싶다. 그야말로 나라 전체가 역사적 지구이며 아름다운 휴양의 도시. 



한마디로 줄이면 

여행 is 행복. 임을 배우고 왔다. 



조금만 더 보태면, 여행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낯선 땅에서 홀로 떨어져 안되는 영어로 몸짓, 발짓 섞어가며 험난한 여정을 헤쳐나간 일, 그것은 나의 또다른 모습을 발견한 신선함이었다. 무인도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강인함, 용기를 건져 올리고 온 것이다. 그렇다! 행복과 더불어 나는 한국에서는 몰랐던 또다른 나 자신을 발견하고 올 수 있었다.   


혼자 여행을 하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함께 가는 사람에 의해 결정되어버린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도록 우리의 호기심을 다듬기 때문이다.
                                                                 - 여행의 기술(알랭 드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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