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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Sep 15. 2019

여행을 기억하며

에필로그

베네치아, 2016


불안했던 첫출발

 런던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을 때, 나는 숙소에 휴대폰 충전기를 두고 왔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다시 찾으러 갔다가 길을 잃고야 말았다. 그리고는 너무나 다급해졌다. 무서웠고, 초조했고, 과연 앞으로의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나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기지를 발휘하여 가장 가까운 역이었던 Euston역으로 향했고 조금 비용이 들긴 했지만 충전기를 다시 사서 휴대폰을 켜고 숙소를 찾고 여정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앞으로의 여행이 매 순간순간마다 고비가 될 거라는 확신이 생겼고 이를 통해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여행은 여러모로 나를 강하게 해주었다.     


런던 소호거리에서

런던에서의 셋째날, 런던 소호거리 근처를 걷는데 갑자기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날은 흐렸다. 정신없이 여행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걷고 있는데, 지금 나는 혼자서 유럽의 섬나라, 영국의 수도 런던 한가운데에 혼자 뚝 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제 겨우 16박 17일중에 겨우 셋째날이었다. 갑자기 물밀듯이 내가 왜 여기서 사서 고생을 하나, 너무 처량하다, 안타깝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점포에 들어가 닭고기를 마구 뜯었다. 내가 앉은 자리 주변은 먹다 남은 음식물과 쓰레기로 어수선했다. 더욱 내 자신이 처량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랬다. 그랬던 순간도 있었다. 여행이란, 온전한 나 자신과, 벌거벗은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다.


아쉬움후회 그리고 기대감

#1.

 물론 여행을 하면서 아쉽거나 후회되는 점도 많았다. 앞서 갔던 나라인 영국, 프랑스, 스위스에서 하루씩 더 머물게 되어 이탈리아 일정이 상당히 짧아져버렸다. 그렇다면 나중을 기약하고 베네치아나 피렌체는 건너뛰고 바로 로마로 갔으면 좋았을 것을 세 도시를 모두 부득부득 가려고 하다 보니 각각의 도시들에서 원하는 만큼 제대로 여행을 하지 못했던 듯하다. 다음에 또 유럽여행을 가게 된다면 루트를 짤 때 이 점을 잘 고려해서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해야겠다.     

#2.

 좀 더 어릴 때 갔었더라면. 예쁜 풍경, 배경, 사람들, 건물, 궁전, 공원들의 모습을 보며, 파리의 세느강을 산책하며, 더 어릴 때 예쁘게 치장하고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 봤다. 물론, 여행은 언제 어느 나이 때 해도 참 좋은 것이지만은 만약 누군가가 유럽 여행을 언제 가보면 좋냐고 물어본다면 단연코 대학생 때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일단, 직장인은 긴 휴가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대학생 특유의 파릇파릇함과 싱그러움이 유럽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그리고 다음번 유럽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을 잔뜩 안고 돌아왔다. 다음번에는 동유럽을 한 바퀴 돌아야지, 아니야 이번에 제대로 소화 못한 이탈리아 일주를 하는 거야, 아니야, 서른넷쯤에는 두 달 이상 시간을 내어 유럽 전역을 도는 거야와 같은. 유럽에서 보낸 밤들은 나에게 많은 꿈들을 안겨주었고 쳇바퀴 같은 일상에 마법 같은 새로운 나날들을 선물해주었다.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여행을 통해 많은 행복을 건져 올릴 수 있었고 새로운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쯤 되면 유럽을 한 번도 여행안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여행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실감되는 바이다. 다음번에는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라면 세느강에서 함께 했던 와인잔이 춤을 추듯, 더욱 뜻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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