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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na Nov 05. 2019

밴드의 꿈, 직장인이 되어서야 이룹니다

직장인 취미 가이드북 l 고급편 (2)

열정적인 드럼 사운드, 현란한 기타, 멋진 보컬까지. 화려한 밴드의 모습은 사람의 로망을 자극한다. 학교다닐 때에도 용기내보지 못했던 밴드의 꿈. 지금이라도 가능할까. 직장인이 된 이제서야 그 꿈을 이뤄본다. 이번에 소개할 취미는 직장인 밴드다.


이번 취미는 기본적으로 어느정도 악기를 다룰 줄 알아야 도전해 볼 수 있는 취미이다. 따라서 악기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직장인 취미가이드북 중급편의 악기 클래스를 먼저 읽고 오시면 좋다.


직장인 취미 가이드북 l 중급편 (4) 퇴근 후에는 버스킹을 합니다.



1. 어떻게 시작할까?


다른 취미에 비해 직장인 밴드는 접근성이 좋지 않다. 대개 지인들을 통해 연결되거나, 종교가 있는 분이라면 교회 내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종교도 없고 아는 밴드 지인도 없다면 직장인 밴드는 하기 어려운 일일까? 그렇다면 이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악기 중고거래 사이트 중에는 악기거래 뿐만 아니라 구인/구직란에서 밴드 멤버를 구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열어둔 곳이 있다. 구인/구직이라니, 우리 직장인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단어가 아닌가! 이력서를 넣듯 나에게 맞는 곳을 찾아 연락을 해보자. 실제로 프로 밴드들도 이곳에서 구인구직을 하기도 하니 지원 전 취미인지 프로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구인글에는 취미/프로 여부가 기재되어 있으니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반대로 직접 밴드를 구하는 글을 올릴 수도 있다) 밴드도 성향이 천차만별이라 잘못 들어가면 오히려 취미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락, 메탈, 인디, 펑키, 어쿠스틱, 카피밴드 등등 밴드마다 그 색과 스타일이 매우 다르니 반드시 고려해야할 부분 중에 하나다.


밴드를 고르면 간단한 오디션을 보게 된다. 이 오디션은 말하자면 면접이다. 구직자는 회사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회사는 구직자의 실력을 파악하는 바로 그런 면접 말이다. 이때 밴드의 성향을 파악해 볼 수 있다. 더불어, 밴드는 합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합이라는 것 역시 실력이 비슷해야 맞춰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니 오디션을 볼 때에는 갑의 마인드로 밴드의 실력과 내 실력이 잘 맞는지 꼭 판단을 해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앞서 소개한 직장인 악기클래스를 통해 직장인 밴드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함께 합주를 준비했던 마음맞는 사람들이 모여 밴드를 구성해 보자


직장인 취미 가이드북 l 중급편 (4) 퇴근 후에는 버스킹을 합니다.


2. 공연을 준비하다


밴드에 들어갔다면 공연을 안 할 수가 없다. 공연을 위해서는 선곡 리스트를 준비한 뒤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간다. 연습실 대관은 2시간 기준으로 3만원 안팎. 인원이 많으니 n분의 1한다고 하면 한 사람당 5~6천원 선이 된다. 흔히 상상하는 것처럼 계란판을 닮은 올록볼록한 스펀지로 방음처리가 되어 있는 연습실. 그 연습실에 옹기종기 모여 합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 재밌다. 


혼자 연습할 때와 달리 다른 사람들과 합을 맞추어 연습해야하기 때문에 좀 더 긴장되고, 설렌다. 딱딱 박자가 맞아 들어갈때는 묘한 쾌감까지도 느껴진다. 그러니 이런 희열을 맛보기 위해서는 개인 연습이 필수다. 만약 연습이 되어 있지 않다면 밴드 전체가 제자리걸음 연습을 하게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직장인 밴드 역시도 결국은 사람사이의 일이다 보니 연습은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사람사이의 일이라고 하니 떠올랐는데, 재미있게도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맡은 악기를 닮은 것 같다. 예를 들면, 드럼 같은 경우에는 밴드 공연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시각적으로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 드럼을 연주하는 사람들은 적당히 묻어가는 성향이나, 드러나지 않고 밸런스를 맞추는 걸 좋아하는 성향인 경우가 많다. 베이시스트의 경우도 역시 뒤에 적당히 묻혀 있는 것을 선호한다. 일렉기타의 경우 쇼맨십이 있고, 드러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일반화일수 있겠지만 내가 본 경우에는 그랬다. 이렇게 자신과 닮은 악기를 선택했다는 게 재미있다.



3. 공연, 그리고 뒤풀이


연습을 열심히 했다면 이제는 진짜 공연이다! 공연장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한강이나 열린 공간에서 버스킹을 할 수도 있고, 홍대 클럽이나 라이브펍 같은 장소를 대관하여 공연할 수도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역시나 공연장 대관이다. 단독공연을 하자면 대관료가 꽤 크기 때문에 많은 경우에는 두 팀 이상 모여서 비용을 쉐어한다. 두 개 이상의 팀이 돈을 모아서 공연을 준비했다면 더 많은 관객들이 모여 재미있다. 더불어 새로운 밴드 사람들을 알아가고 사귀게 되는 것도 좋은 점 중 하나다. 단독공연의 경우 한시간 내외로 공연하지만 만약 여러 팀이 공연을 준비했다면 한 팀당 보통 30분의 공연시간으로 준비된다. 하지만 짧아보여도 그 사이에 5~6곡을 하게 되는 셈이니 그 준비가 쉽지만은 않다. 


직장인 밴드의 경우 대개 아마추어 밴드이기 때문에 주요 관객은 지인들이다. 내 친구가 나를 보며 고개를 까딱거리는 걸 보고 있노라면, 창피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올라온다. 무대에 올라서서 조명 아래에서 관객들을 보는 그 기분, 합주할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 든다. 기분 나쁘지 않은 설레고 간질간질한 긴장감 말이다. 밴드 공연은 연극 같은 다른 공연들과 달리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방적으로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도 신나고 밴드도 신나서 같이 뛰어놀 수 있는 무대. 그런 점이 밴드 공연의 묘미다. 내 연주에 맞춰 사람들이 손을 흔들고, 호응하고, 반응하는 그 모든 순간. 그 순간의 벅찬 기분을 꼭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공연 한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절실히 이해될 것이다. 


직장인 밴드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단연코 공연이지만 사실 공연 뒤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잔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밴드끼리, 또는 놀러와준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공연이야기를 한다. 아쉬웠던 부분도 많고, 다음에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거나 즐겁다. 공연 트랙리스트 중 좋아하는 노래가 있었다면 노래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내가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를 하며 마시는 술 한잔, 맛있을 것 같지 않은가? 무대 위에서, 그리고 무대 밖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즐기는 무대를 꿈꾼다면 새로운 취미로 직장인 밴드는 어떨까?




난이도 ★★★★★

취미비용 : 악기 구입비용, 대관료, 공연비에 따라 상이함

소요시간 : 한번 밴드에 들어가면 1회성의 공연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함께 팀을 이루는 경우가 많음

취미 TIP :  밴드 로고나 심볼을 만들어 봐도 좋다. 스티커로 만들어 붙이거나, 옷에 새겨 나눠갖는 등 밴드 활동에 재미를 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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