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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이 Nov 13. 2019

사업을 하면 안 되는 조건

“이보 전진을 위한 후퇴는 무슨, 그냥 후진 같은데”

이보 전진을 위한 후퇴는 무슨그냥 후진 같은데

원래 일을 하던 분야의 직장 생활을 이어갈지 퇴사 후 다른 분야의 일을 찾아볼지 고민하다 퇴사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을 때, 전에 일을 했던 회사의 선배들을 만났다.     


“퇴사하고 사업을 해보려고요.”

“네가 무슨 사업을 한다고 그러냐. 아이템은 있는 거야?”

“아직은 사업 아이템을 찾지 못했어요. 찾아봐야죠. 청년 창업용 정부 지원 사업도 있다고 하니까 알아보려고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생각하고 준비해보려고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는 개뿔, 그냥 후진 같은데.”     


선배들이 나에게 악감정이 있어서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었다. 사업하기 부족해 보이는 게 있었나 보다. 그리고 그 선배들 입장에서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월급을 받는 것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내가 그 당시 사업을 하면 안 되는 조건은 무엇이었을까. 정말 다양한 요인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볼 때 크게 3가지가 부족했다. 경험, 행동력, 자본이다. 사실 이 3가지가 부족하다는 것은 치명적으로 사업을 하면 안 되는 조건일 수 있다.     


처음 가는 곳은 찾아가기 너무 어려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경험이 사업을 준비하고 실행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자본이 부족한 것보다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차를 몰아서 목적지에 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러 번 왕복했던 목적지라면 내비게이션 없이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운전하다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하거나 핸드폰을 보다가 순간 길을 잘못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잘 아는 곳이라면 원래 목적지로 돌아가는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사업 관련한 경험도 많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였다.     


목적지를 설정하고 내비게이션을 보고 찾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최적화된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주는 사람 또는 교육 등을 찾기 힘들다. 처음 사업을 시작해보려는 사람에게는 더 그렇다. 목적지로 가는 길에 이쪽 길은 문제가 생겨서 심각한 교통 정체가 일어나고 있으니 다른 길로 돌아가면 훨씬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처럼 사업에도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키워야 하는 능력도 있고 말이다. 내가 구상하는 사업에 맞게 기획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영업과 마케팅 능력을 키워야 하고, 회계까지 알아야 한다. 이미 조직이 안정적으로 갖춰진 기업은 각 부서별로 나뉘어서 업무를 처리하고 관리한다. 하지만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서 여러 가지 일을 해내야 한다. 멀티플레이어가 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처음이 없는데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존재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처음에는 시도만으로도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결혼을 안 한 미혼이다. 내가 결혼해서 아기를 가져본 적은 없지만 아기가 처음 일어나려고 할 때 중심을 못 잡아서 계속 넘어진다. 하지만 아기가 일어나려고 계속 시도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일어나는 것이 익숙해지고 곧 걸어 다니기도 한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과 아기가 일어나는 것은 어려움의 차원이 다르다고 말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도를 해본다는 것이 의미 있는 것 아닐까.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은 때로는 행동력이 부족하다는 문제로 연결되기도 한다. 경험이 없으니 추측을 많이 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하면 어떨지 저렇게 하면 어떨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 와중에 이런 문제는 혹은 저런 문제는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늘어난다. 어디선가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것 같다. 물론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조심만 하다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끝나버린다.     


한때 직장 상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는 너무 생각이 많고 모든 걸 조심스러워해. 그래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거야. 너는 일단 지르고 보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때 내가 행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이런 단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단점을 완전히 고치지 못했다는 것을 요즘 다시 느끼고 있다.     


또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 저 사업 아이디어를 내가 먼저 생각했었는데. 그때 내가 했어야 하는데 놓쳐서 아쉽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해도 결국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다. 그 사람도 아이디어를 생각했을 당시에 그 사업이 잘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을 거다. 확신할 수 있었다면 시작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 부딪힐 수도 있는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기 싫었던 거다.     


나는 계속 사업자 등록을 미루고 있었다. 그때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사업자 등록은 했어?”

“아직 안 했어.”

“일단 사업자 등록을 하고 봐. 나도 그랬는데 사람은 상황이 닥치면 하게 돼. 그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 어떻게든 죽어라 일을 하게 되거든. 나도 처음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영업해서 돈을 벌어야 되는 상황이 돼서 해봤는데 되더라고.”     


이 친구의 경우처럼 상황이 닥쳤을 때 평소보다 더 큰 힘을 내는 경우도 있다.     


돈이 없다고~

자본도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나에게는 자본이 충분하지 않았다. 자본이 충분하다면 앞서 말한 경험과 행동력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 직원을 채용하는 것으로 경험을 대체할 수 있고, 어떤 일에 자본이 필요하다고 할 때 여유 자본이 있다면 될지 안 될지 잘 몰라도 실행해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다양한 경험을 겪고 지식을 쌓아야 한다. 그런데 이 시간을 직원을 채용함으로써 아낄 수 있다. 물론 어떤 사람을 채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혼자서 모든 걸 다 하려는 것보다는 시간이 빠를 거라고 본다.  

   

나는 원시인처럼

원시 시대의 우리 조상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은 지식과 정보를 후대에 제대로 전달할 수 없었다. 그들이 수렵 생활을 할 때 어떤 열매를 처음 발견했다고 보자. 이 열매를 식량으로 쓸 수 있을지 아닐지 판단해야 한다. 결국 먹어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리고 그 결과를 파악하는데도 시간이 걸렸을 거다. 처음 먹은 사람은 멀쩡해도 다른 사람에게는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마치 알레르기처럼. 그들이 지금 시대처럼 실험실에 열매를 가져가서 그 식물의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은가.     


원시 시대와 지금은 분명히 다르다. 인터넷에서 정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보가 많아진 만큼 진실과 거짓된 정보를 구분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진실 여부를 파악하려면 결국 내가 시도해봐야 한다. 원시 시대 조상처럼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 나도 그것을 만져보고 더듬어보고 먹어보는 직접적인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이 쌓인다면 행동력과 자본이 부족한 문제도 해결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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