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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이 Nov 13. 2019

부자는 되고 싶은데 위험은 감수하기 싫고(도둑놈 심보)

“사업은 남의 돈으로 하는 겁니다.”

사업은 남의 돈으로 하는 겁니다.”

인터뷰 때 한 CEO에게 들었던 말이다.      


“사업은 내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돈을 모아서 시작하려고 하면 결국 시작하지 못해요. 투자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돈을 끌어와야 합니다.”     


당시 그는 한 기업의 투자를 받아서 사업을 진행해가고 있었다. 나에게는 새로운 개념이었다. 사업은 내 돈을 모아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회사에서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회사 근처에서 수면 카페를 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다.(아, 나와 나이는 같지만 경력은 나보다 한참 위인 선배다.) 근무지는 광화문이었고, 직장인이 많아서 수면 카페가 생기면 수요가 많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자투리 시간에 자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렇게 한참 이야기했지만 금세 포기하는 걸로 결론 났다. 우리는 자본이 부족했으니까.     


양날의 검... 정부 지원 사업

퇴사 후 다른 분야의 업무를 배우기 위한 교육을 들으러 다닐 때였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TV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때 청년 창업 지원용 정부 지원 사업을 확대한다는 내용의 뉴스가 나왔다. 같이 식사를 하고 있던 형이 말했다.     


“나는 만 40살이 넘어서 저기에 해당되지 않는데 너는 아직 40살이 안 됐으니까 저 정부 지원 사업을 알아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지원 사업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사업을 확대한다고 하니 빨리 자세하게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정부 지원 사업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사업계획서 양식만 보고서는 어떻게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 창업 관련 교육을 받으러 다녔고, 사업계획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도 알게 됐다. 정부 지원 사업에 서류 지원하고 발표 심사도 받아봤지만 합격하지는 못 했다. 지금 생각할 때 떨어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나중에 다른 글에서 이야기하겠다.     


사실 정부 지원 사업에 합격돼서 지원을 받게 됐다고 해도 문제가 있었을 거다. 애초에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다. 정부 지원을 받게 됐다고 해도 일단 대표이사는 월급이 책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4대 보험료에서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은 내가 부담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직원 채용에 따른 월급 부담이었다. 청년창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결국 그 지원 사업의 목적은 고용 창출 활성화에 있다. 직원을 고용해야만 하는데 몇 천만 원으로 직원 몇 명을 고용하면 몇 달만에 자금이 바닥나버린다. 자금이 바닥나버리기 전에 제대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도 직장 생활을 해봤으니 이해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힘들 때도 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도 있지만 참고 견디는 것은 결국 월급 때문이다. 월급을 받기 위해서 한 달을 참고 견디는 거다. 아, 물론 즐겁게 일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 비중이 높진 않은 것 같다.      


어쨌든 짧은 기간 내에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직원들에게 월급을 지급하는데 문제가 생기게 된다. 양날의 검 같았다. 정부 지원 사업에 지원을 했던 게 작년 후반기였다. 그 후 올해에는 정부 지원 사업에 지원해본 적이 없다.     


생애 처음 해보는 상품 판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또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본다. 다른 방법으로 사업을 할 수는 없는지 말이다. 그렇게 찾아보다가 ‘위탁 판매’라는 개념을 알게 됐다. 내가 직접 대량의 상품을 사놓고 포장해서 배송까지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상품 상세 페이지를 올리고 주문이 들어오면 제조업체 또는 유통업체에 주문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상품이 판매되기만 한다면 내가 감수해야 할 위험은 크지 않았다. 상품이 제대로 배송되지 않을 경우, 상품 하자로 인한 교환·환불 비용 등이었다. 상품에 진짜로 하자가 있다면 제조업체에서 처리를 해주겠지만 상품에 하자가 있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경우들이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이 위탁 판매는 마진을 남기기 어려웠다. 상품 비용에 포장·관리 비용까지 포함되니까 말이다. 상품을 대량 구입하면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해 개당 저렴한 비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를 ‘사입’이라고 표현하더라. 어쨌든 처음부터 상품을 대량 구매해서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것은 할 수 없었다. 상품을 판매한다는 것이 내 생애 처음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상품이 잘 판매될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어쨌든 어떻게 해야 위탁 상품을 더 잘 판매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인터넷에 올라온 글과 책에 나온 내용을 따라 해 봤다. 하지만 생각보다 상품 판매는 잘 되지 않았다. 광고비는 계속 나갔지만 나가는 광고비에 비해 상품 판매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혼자 이 방법 저 방법 실험해가며 상품을 판매하고 있을 때, 창업 교육을 다니다가 알게 된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자기네 회사도 온라인 판매와 유통을 하려고 한다면서 자기네 회사에서 같이 하자고 했다. 그 사람과 공동 대표는 대기업 MD 출신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아직 상품 판매와 유통에 대해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그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면 배울 수 있는 것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몇 개월 동안같이 일을 했다. 결과가 그리 좋진 않았지만.     


그들은 선도유지제라는 과일과 채소의 신선도를 유지해주는 상품을 가져다 판매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런 상품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주변에 물어봐도 그런 상품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일단 그런 상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하기 때문에 체험단 마케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결정을 했는데 공동대표들이 다른 회사 사람들에게 물어봤다고 하면서 SNS 체험단과 상세 페이지 리뷰 체험단 둘 다 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때 내가 혼자 상품을 판매하려다 쉽지 않았을 때가 생각났다. 운 좋게 상품 상세페이지에 리뷰가 달리면 조금씩 판매가 되기 시작했지만 그렇지 않은 상품은 판매가 잘 되지 않았다. 그게 사람들의 심리였던 것 같다.      


그렇게 결정을 수정했다. 리뷰와 SNS 체험단을 같이 하기로. 그렇게 결정하고 체험단 마케팅을 진행하는 업체와 미팅도 하고 그 업체에서 마케팅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3개월 가까이 진행하지 못했다. 기관의 지원을 받아서 마케팅을 할 생각이라고 하면서 그걸 알아봤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고 했다.     

 

근데 이 예산을 사용하는 방법이 문제였다. 마케팅 예산을 먼저 지원받는 것이 아니었다. 회사에서 먼저 마케팅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체험단을 모두 진행한 뒤 기관에서 마케팅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면 마케팅 업체에서 페이백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했다. 결국 기관에서 그 비용이 제대로 집행이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시간 끌다가 흐지부지됐고, 각자 살 길을 찾자며 헤어지기로 했다.      


나도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꺼려하는데 3명이 똑같은 모습을 보이니 시너지가 날 수 없었다. 그 일을 통해 나에게 그런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다. 물론 내가 그 마케팅을 진행하면 상품이 잘 판매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면 일단 해보자고 설득해볼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내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다.     


위험은 감수하고 싶지 않은 도둑놈 심보

지금 돌이켜보면 퇴사할 때 월급을 받지 못한다는 위험성을 감수하기로 했다. 그런데 위험성을 제대로 감수하려고 한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여유 자금이 많지 않지만 필요할 땐 과감히 돈을 쓰는 위험을 감수했어야 했다. 그래, 부자는 되고 싶은데 위험은 감수하고 싶지 않았던 거다.      


다시 시작할 때는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을 거다. 앞으로 의사 결정이 필요할 때 신중하게 생각하고 과감하게 행동하도록 노력할 거다.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위험을 감수할 줄 아는 모습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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