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겠다고 생각한 후 친한 학교 후배와 술을 한 잔 하면서 대화를 나누다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겨서 물어봤다.
“네가 볼 때 나는 어떤 사람이냐?”
“평범한 사람이지.”
“그러면 내가 만약 사업을 시작해서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돈을 더 많이 벌었다고 하면 넌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
“평범해 보이는 형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좋아, 나 진짜로 사업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너한테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게. 노력하면 할 수 있다!”
나는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했던 걸까. 내가 읽었던 책에서 기억났던 내용이다. 내가 어떤 것을 하겠다고 마음을 정했을 때 나 혼자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면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 더 노력을 하게 될 것이고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 내가 인간관계가 넓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사업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헛소리만 잔뜩 늘어놓은 사람을 됐을 것 같다. 알맹이가 없는 사람처럼 말이다.
아, 알맹이 없이 자기 포장만 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딱 그 꼴이 됐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수 있다. 하지만 혼자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닌 만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한 우물을 파는 것도, 열심히 노력을 하는 것도 재능이 아닐까라는 생각. 우리는 여러 매체를 통해 한 길만 쭉 걸어서 장인 혹은 전문가가 됐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본다. 그들의 이야기가 여러 매체에서 이슈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희소성이 있기 때문 아닐까. 대부분 사람들은 한 가지에만 집중해서 오래 노력하는 것을 하지 못 한다. 그만큼 노력을 한다는 것도 말만 쉽지 행동은 어렵다는 거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가지에 휘둘린다. 한 길만 걸어가려고 마음먹어도 그렇게 하도록 세상이 가만두지 않는다. ‘이것을 하는 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길이라더라.’, ‘앞으로 세상은 이런 방향으로 바뀌어갈 것입니다.’ 등 다른 사람과의 대화와 세상의 변화가 그렇게 만든다. 물론 나를 흔들려는 의도라기보다는 그런 정보를 알게 되고 나 스스로 흔들린다는 것이 맞을 거다.
축구를 예로 들어보자. 정말 똑같은 예시는 아닐 수 있다. 축구 경기를 보다 보면 상대 팀보다 개인 능력은 부족하지만 체력을 앞세워서 상대 팀보다 더 많이 뛰어다니다 상대적으로 약팀이라고 평가받는데도 이기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실력 차이를 체력으로 극복했다고 보는데 보통 체력은 재능보다 노력이라는 요소로 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선수의 체력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자리에 위치해서 패스를 받기 위해, 상대가 공격하는 길목을 차단하기 위해, 좋은 자리를 선점해 골을 넣기 위해 상대팀 선수보다 한 발 더 뛴다. 한 발이라고 더 뛰기 위한 노력도 실력의 일부분 아닐까.
먹고 자는 시간 빼고 하루 종일 몰두해도 1년 8개월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이 1만 시간은 8시간을 일한다고 하면 1,250일, 약 3년 5개월이 걸린다. 우리가 직장 생활을 할 때 이직하려고 경력직을 찾아보면 보통 3년 이상의 경력을 원하는 회사를 많이 보게 된다. 이 3년이라는 기준이 1만 시간의 법칙과 같은 맥락은 아닐까.
잠을 자는 시간과 밥을 먹는 시간을 뺀 나머지를 16시간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에는 625일, 약 1년 8개월이 걸린다. 하루 종일 한 가지만 죽어라 훈련해서 전문가가 되기로 했다고 해도 최소 1년 8개월은 걸린다는 이야기다. 노는 시간, 휴식 시간도 없이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를 오랜 시간 동안 파고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혼자 일을 하려고 했을 때도 그랬고, 스타트업에서 함께 일을 했을 때도 그랬다. 뭔가 한 가지에 끈기를 갖고 노력했던 것이 없었다. 조금 하다가 생각대로 안 되면 다른 것도 해보는 식으로 말이다. 한 가지에 몰두하는 법이 없으니 잘 될 리가 있었겠나. 대화를 나누고 “이런 방향으로 다시 해보자”라고 결정해도 며칠 가지 못 했다.
한 가지를 시작하겠다고 하면 1만 시간 가까이 시간을 들이고 노력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최대한 불필요한 일에 소요하는 시간을 줄이면서 말이다. 물론 방향 전환이 필요할 때도 있다. 잘못된 길이라는 생각이 들면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방향 전환이 문제다. 중심을 잘 잡고 나아가면서 필요할 때 한두 번 방향 전환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단기간 집중해서 노력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솔직히 1년이 넘는 시간을 단기간이라고 보기도 애매하다. 단기간 집중해서 일을 해보려고 하지만 우리는 금방 지쳐버린다. 나만 그런 걸까.
차고에서 하루 종일 일에 몰두해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종종 들었을 것이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확률을 생각해보면 그러지 못할 확률도 크다. 그러니 천천히 조금씩 나아간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열정이 확 불타올랐다가 확 사그라드는 것보다 그게 낫지 않을까. 처음부터 하루에 몇 시간을 더 쏟아서 하겠다는 마음보다 10분, 20분만 좀 더 해보겠다고 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