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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이 Nov 14. 2019

듣는 순간 믿어버리는 우리...
사실 확인은 틈날 때

내 동기가 나한테 그렇게 말을 해줬다니까.”

직장생활을 할 때 친한 선배 두 명과 같이 자주 술을 마셨다. 그 자리마다 거의 나왔던 이야기가 가장 경력이 있는 선배가 젊을 때 인기 있었다는 것이었다.     


“내가 OOO에 근무할 때 여자 후배 중에 대기업 집안 딸이 있었어. 걔가 나를 좋아한다고 쫓아다녔어.”     


선배가 하는 말이니까 그냥 믿었다. 일부러 허튼소리를 할 스타일은 아니었으니까. 그 얘기가 반복되다 보니 한 번은 다른 선배가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봤다. 그랬는데 대기업 집안 딸이라는 사람의 성이 그 집안에 없었다. 맨 위의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OOOO에 부장으로 있는 내 동기가 그렇게 말을 해줬으니까 그런 줄 알았지.”     


이 이야기는 웃어넘길 수 있는 작은 에피소드다. 하지만 여기서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 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사실 확인을 하는 것은 나중에 틈날 때 한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듣는다믿는다나중에 갑자기 생각났을 때 확인한다

최근에 아는 형이 지나가는 길에 내 얼굴 보고 음료수나 먹고 가겠다고 내가 있는 곳에 온 적이 있다.    

  

“전에 하려던 일은 그렇게 됐고, 요즘은 뭐 하고 있어?”

“요즘 OOO에 공모전이 있어서 거기에 응모하려고 글을 쓰고 있어요. 기간이 얼마 안 남은 거라서 바짝 집중해서 하려고요.”

“그래, 근데 그거 의미 없을 것 같은데. 아마 수상자는 정해져 있을걸. 일반적으로 응모하는 사람들한테는 상을 안 줄 거야. 이번에 OOOO 조작도 있었잖아. 분명히 정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가 그런 곳이야.”  

   

이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그럴 수도 있겠다고. 기간이 좀 남아있었다면 고민해보다가 결국 응모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다행히 며칠 안 남아서 일단 해보자고 생각을 했다. 근데 한편으로 진짜로 수상자가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뉴스 기사를 한 번 살펴보자. 기사를 보면 기사에서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하는 메시지가 있고, 메시지를 주장이라고 볼 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다. 이 근거에 신뢰성을 더하기 위해 전문가 혹은 관계자의 설명을 덧붙인다.     


원초적인 질문일 수도 있다. 이 전문가와 관계자라고 하는 사람들의 말은 진실일까. 덮어놓고 거짓으로 몰아붙이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판가름할 수 있는 능력이 과연 언론사에 있을까. 기자 개인에게 있을까. 물론 그렇게 식별할 수 있는 분야가 있고 아닌 분야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 영역의 뉴스 기사를 살펴보자. 의료 영역에서 기자들이 전문가들의 설명이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까. 기사라는 것이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 의료 전문가들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언론사에서 병원을 운영할 수도 없고, 연구소를 운영할 수도 없다.      


기사도 그렇게 작성된다. 어떤 내용에 대한 기사를 쓴다고 하면 그 내용에 맞게 전문가의 설명을 덧붙인다. 전문가가 이렇게 설명을 했으니 사실 확인이 된 것이라고 하는 모양새로 말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생각해볼 것이 있다. 가짜 뉴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거다. 가짜 뉴스를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어떠한 사실을 믿게 되는 과정을 말이다. 어떤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렇다는데’하고 믿어버린다. 그러다 나중에 가서 이게 진짜 맞을까 생각하고 한 번 확인을 해본다.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생각해보면 이런 순서가 아닐까.     


내가 믿는 것의 반대되는 내용의 기사가 가짜 뉴스다. 흐름이 그렇다. 내가 믿는 내용이 아니라고 하는 언론사는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나쁜 언론사이고, 내가 믿는 내용이 맞다고 하는 언론사는 훌륭한 언론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다. 내가 믿는 것의 근거가 되는 것이 진실이고, 근거를 뒤흔들 수 있는 것은 가짜다.     


사업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고, 다른 사람이 그와 반대되는 말을 했다고 가정하자. 그럼 보통 반응은 이렇다.   

  

“그 사람이 그 일에 대해서 전혀 모르네. 경력이 그 정도인데 그 일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한다고?”     


라고 말을 할 것이다. 그리고 CEO가 다른 회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곳에서 사업을 진행하는데 유용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왔다고 해보자.     


“야, 내가 다른 회사에서 듣고 온 건데. 이 방법이 효과가 있대. 그러니까 해보자.”     


라고 할 거다. 그 후의 대화 흐름이 이럴 수도 있다.     


“그게 진짜로 되는 방법이래요? 직접 확인하신 거예요?”

“몰라, 걔네가 그 방법으로 하니까 됐대. 그러니까 그냥 해봐.”     


이렇게 해서 일을 진행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직원은 능력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믿기 전에 확인부터 해보는 습관을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효과를 봤다는 말을 들으면 먼저 믿는다. 생각의 흐름에 대해 연구를 해본 적은 없지만 아마 그렇지 않을까. 대화를 할 때 들은 내용마다 일일이 확인을 해본다는 것도 솔직히 쉬운 일이 아니다. 쉬운 일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어렵다는 게 맞을 거다.    

 

“내 말이 맞아. 이렇게 해야 해.”

“잠시만요. 먼저 확인 좀 할게요.”   

  

이런 흐름이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반복된다면 상대방은 심각하게 짜증 날 거고 대화가 어려워질 거다. 그러니 대화를 하면서 들은 내용을 무턱대고 믿기 전에 대화 이후 바로 확인을 해보려는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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