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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의 시작 = 책 읽기의 시작

챕터 :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먹고사니즘

by 재민

현상에서 온 현타와 김 소장의 질문을 시작으로 퇴사와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솔직히 서른한 살이라는 뭔가 바쁘게 일하고 커리어를 쌓아야 할 것 같은 나이에 퇴사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혼란이었다. 하지만 퇴사 고민이 너무 강렬하게 내 머릿속으로 들어와 버렸기 때문에 고민을 이어 나가야 했다. 무엇보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대로 똑같이 살 수 없었다.


나중에 보니 이건 자연스러운 고민이었던 게 나는 일, 삶, 업에 대해서 이렇게 깊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이전에 인턴 경험을 하면서 워라밸, 소확행 같은 트렌드 적인 개념들은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단순히 그걸 쫓아야 하는 줄 알았지 그것이 나에게 맞는 가치관인지 진짜 내 삶에 중요한 것인지 고민하지 않았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왜 일해야 하는가?’를 깊게 고민하고 싶었다. 그저 하루 이틀하고 마는 그런 고민이 될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고민을 이어가려면 다양한 인풋(input)이 필요했다.


마침 요즘사 채널이 좋은 시작이 될 것 같아서 채널에 있는 모든 영상을 섭렵하고 있던 중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인터뷰 내용이 담긴 책을 후원 받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유튜브에 올라온 인터뷰를 모두 봤지만, 그 내용이 책으로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판단해 바로 후원하기를 클릭했다.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먹고사니즘\>은 꼰꼰 건축 퇴사에 있어 중요한 책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점심시간 책 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후원하고 한 달 정도 지나 책은 후원 목표를 달성해 제작에 들어갔고, 집으로 배송이 된 다음 날 바로 회사에 가져갔다. 사실 출근길 복잡한 지하철에서 읽을 자신은 없었고 점심시간에 회사 길 건너 투썸플레이스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도 점심시간에 읽어보기로 했다.


요즘사 책에서 일에 관한 여러 레퍼런스와 생각을 엿 볼 수 있다는 건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었다. 내 생각과 맞닿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느낌도 들었고 내가 나만의 삶을 살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짧은 점심시간 동안 얼마나 몰입해서 읽었는지 잠시나마 혼란스러운 현실에서 다른 세계로 여행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삶에 활기가 돌았다. 회사에서 생각 없이 반복적으로 캐드(CAD, 컴퓨터로 도면을 그릴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로 선을 그리다 점심시간에는 책이 주는 내용과 영감으로 머리를 꽉꽉 채웠다. 그리고 머릿속에 드는 생각들을 표현하고 기록하고 싶어 출근길에 고민 글을 핸드폰에 적기 시작했다. 매일 야근을 하며 잠이 부족해도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메모장 앱을 켜놓고 글을 쓰는 모습은 나도 놀랄 정도로 치열하게 생각하기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책을 읽고 생각을 표현하면서 나는 나에게 퇴사, 더 크게는 내 삶과 일에 대한 실타래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내가 얼마나 더 많이 고민하게 될지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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