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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밖에서 해보기로 했어

챕터 :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

by 재민

요즘사 책을 읽으면서 무엇이든 해보고 싶었다. 사실 열정은 넘쳤는데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조금 답답하게 생각만 하고 있을 때 인스타그램에 올린 고민 글을 본 Z에게서 오랜만에 카톡이 왔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꼭 만나는 친구인데 이런저런 근황 토크와 회사 이야기를 하던 중 Z가 한 장의 사진을 보내주었다. 사진에는 나에게 추천하는 책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였다.


표지는 알록달록하고 달리는 토끼 캐릭터가 그려진 아주 귀여운 책이었다. 이런 표지 때문인지 뭔가 술술 읽힐 것만 같았다. 책을 추천받은 건 아주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 없이 네이버 쇼핑에서 책을 검색했고 곧바로 영풍문고 사이트를 통해 주문을 넣었다. 이렇게 얻게 된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를 점심시간에 읽기 시작했다.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는 요즘사 채널의 인터뷰나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먹고사니즘> 책과 다르게 일종의 안내서 같은 책이었다. 이 책에서는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개념을 소개해준다. 사이드 프로젝트란 본업 외에 돈이 벌리든 벌리지 않던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프로젝트를 뜻한다. 이 책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먼저 해본 사람들의 경험도 있고 작가만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내용도 있어서 생각보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어렵지 않게 접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이드 프로젝트를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쉽게도 생각처럼 사이드 프로젝트를 쉽게 시작할 수는 없었다. 이미 평일은 야근으로 채워져 있었고 집에 가면 씻고 바로 잠들기에 바빴다. 그래도 주말에는 시간을 낼 수 있어서 주말 시간을 할애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그래도 시작할 마음을 먹기까지가 쉽지 않았는데, 책의 한 구절이 나에게 와닿았다. 책에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열정에도 기한이 있어서 시간이 지나버리면 열정도 서서히 꺼진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나도 내 안에 타고 있는 ‘하고자 하는 마음’이 식기 전에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시간적 한계도 있었지만 내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만큼만이라도 해보겠다 다짐했다. 아무래도 부담 없이 쉽게 할 수 있는 게 사이드 프로젝트의 매력이니 말이다.


주변에도 각자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N잡이면 N잡이고, 부업이면 부업이고, 공부면 공부지만 각자 본업 외 시간을 열심히 활용하고 있었다. 제일 가까운 곳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던 사람은 바로 옆자리 사수였던 용 대리님이었다. 당시 내 기억으로 용 대리님은 2년 넘게 꾸준히 사진을 찍고 보정해서 글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사진 작업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던 용 대리님이었기 때문에 그 열정은 진심으로 다가왔다.


같은 본부 동기 S도 종종 회사 사람들에게 꽃꽂이 의뢰를 받아 제작하곤 했다. 어느 날은 출근길에 여러 종류의 꽃이랑 화병을 들고 오길래 이게 뭐냐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S는 출근 전 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에서 꽃을 사 와 점심시간에 화병을 만든다고 했다. 물론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이따금 S는 출근하면서 꽃 더미를 들고 왔다. 이렇게 본업 외에도 자신만의 일을 만들어 사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였으면 아침에 5분 더 자는 거에 시간을 썼을 텐데….


책을 읽으면서 그런 모습이 눈에 들어오니 내가 그동안 게을렀나 생각했다. 야근 때문에 피로하고 잠은 부족했지만 나도 회사 일 외에 다른 일도 해보겠다고 생각했다. 조급한 마음도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이 앞으로 내 인생에서 제일 젊을 시기였다. 나는 호기롭고 열정 넘치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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