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어두움에 대하여.
내 딸은 뉴스 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참고로 만 6세 되시겠다. 음식점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혹은 엘리베이터를 타면 광고판에 헤드라인 뉴스가 뜨는데, 아주 유심히 지켜보기도 하고 아주 심취해서 음식 먹는 것을 잊기도 한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뉴스에서는 자극적이고 눈을 찌푸리게 하는 소식이 대부분이라 새 소식 접하는 것을 자제시키려고 주의한다.
최근에 뉴스를 보면서 느낀 점은,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과 다른 의지를 갖거나 혹은 누군가가 앞서가거나 혹은 권리가 침해당한다고 생각할 때 그것을 참지 못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서로 배려하고 의견을 나누고 머리를 맞대며 어떤 식으로던지 서로의 이견을 좁히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제는 아닌 것 같다. 친구 K와 흔히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고 있고 우리나라는 개발 도상국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자조적인 느낌으로 줄곧 쓰지만, 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라고 하니 맘이 아프고 책임감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솔직히 아무 생각 없었다. 내 마음 무겁고 불편한 게 우선이고 뭐 될 대로 돼라. 이런 마인드였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그의 가족을 건드리고 헐뜯고, 또 그가 아끼는 사람들을 물고 늘어진다. 때문에 누군가는 세상을 등졌으며, 정의를 포기했으며, 또 부정부패를 눈 감아주기도 한다. 다들 악만 남은 것 같다. 양 진영에서 배수의 진을 치는 것을 보고, 지난한 시간들이 끝나고 누가 승리하던지 피바람이 불 거라고 예상했었다. 나 같아도 내 가족을 건드리거나 내 친구를 건드리는 사람은 털끝하나 남겨두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나를 공격하는 것은 뭐 어떻게든 참아보겠지만.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대기업에 대한, 부자에 대한, 정치인에 대한 의식이 안 좋은 나라가 있을까? 앞선 자들에 대한 존경과 찬사와 더불어 그 자신들도 사회에 대한 소임과 책임을 다하는 낭만이 있는 시대가 있던 것 같은데 분명. 언제부터인지 사라진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는 중소기업을 말살하는 대기업의 횡포나 독점은 아주 무거운 중범죄로 다스린다. 약간 감미료를 쳐서 패륜범죄 급으로.
그리고 북유럽에서는 정치인들이 투잡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종의 명예직, 봉사직이라서 무급으로 종사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존경과 걱정을 한 몸에 받는 이들이 바로 '국회의원'이라고 한다. 비서관과 전용차량이 없기 때문에 지하철로 이동하는데 나라가 태평성대해서 그런지, 사람들의 개인주의가 너무 만연해서 그런지 자신들의 나라의 총리와 대통령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당신도 눈치챘을지 모르지만, 과거에 그냥 '되는대로' 살던 내가 미래를 생각하고 내 생각과 행동을 자제하게 되는 이유는 딱 하나다. 가족,
삶이 팍팍하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면 자신을 위로해 주는, 그리고 헌신할 수 있는 가족 혹은 친구들이 당신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꼭 회복했으면 좋겠고.
오늘 무척 더웠는데, 내일은 '한층' 더 덥다고 한다. 잘 버텨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