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영성과 영감을 주제로 디지털 디톡스를 논하다.
직장에서 우연한 계기에 책을 추천받아 읽게 되었다. 최근 넘처나는 수 많은 디지털 시대, 인공지능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책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몇 장을 넘기다보니 뭔가 예상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영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영감'을 이야기하기 위한 단계적 주제 전환이기는 했지만, 이 책의 저자가 영성이라는 단어로 주제의식을 표출하는 것이 다른 책과는 확연히 달랐다. 내가 기독교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인가 기독교적인 주제의식이 느껴졌다(저자는 최대한 그러한 자신의 경향성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고 느껴지지만).
인공지능과 디지털 시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인간 고유의 특성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디지털 시대에 인공지능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사람들간의 격차에 대한 우려,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본질적인 특성 등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즉 약간은 인문학적이고 형이상항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듯하였다.
학교의 교사가 원래부터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부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와 학원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학교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적은 도구적이거나 기술적인 것이 아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길러내는 것이 학교라는 기관의 방향성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히려 이 책이 교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많은 교사들이 본능적으로 느끼고 교육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미 많은 부분들이 논의되어 왔고 경험적 지식으로 축적된 부분이기에 이 책을 통하여 무엇인가 새로운 영감을 얻는 교사는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가 아니라, 디지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환기하는 효과는 충분할 것으로 예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이 없어서 그런지, 서평을 좋게 쓰지 못하게 되어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