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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멸종

지구의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의 역사

by 김의진

이 책의 저자는 '털보 관장'으로 알려진 분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EBS에 나와서 어린이 대상 동물 다큐멘터리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을 봤던 기억이 있다. 과학을 주제로 하는 공중파 TV 프로그램에서도 몇 차례 본 적이 있는 친숙한 이미지다. 생물학 전공자인 줄 알고 있었는데, 검색해보니 생화학을 전공한 과학자라고 한다. 특이한 점은 자신을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창조론을 믿는 과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다. TV에서 본 모습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재미있게 이야기를 잘 해주는 이미지였기에, 책도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화자는 다양하다. 각 시대별 대표적인 생물의 입장에서 즉, 찬란한 영광을 누린 뒤 멸종해버린 생물의 입장에서 자신의 종이 왜 멸종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학을 주제로 하는 책인데, 이런 구성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생물들의 전성기는 어떻게 끝나게 되었는지, 해당 시대의 기후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예를 들면, 엄청나게 큰 곤충과 파충류의 성장을 가능케 했던 것은 대기 중의 산소 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산소가 충분하면 생물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니, 그리고 그 시대에 왜 대기 중의 산소가 많았는지 등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다가왔다. 공룡은 어떻게 전성기를 누렸고 어떻게 멸종하게 되었는지, 포유류는 어떻게 진화하게 되었는지 등 대부분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이 책의 전체적인 주제의식은 기후변화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인류세'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도 하고 있었다. 지구의 오랜 역사 속에서 흥했던 생물은 인류만이 아니었으며, 지구의 지배종이었던 생물들은 모두 결국에는 쇠락하여 멸종을 피할 수 없었다. 인류가 멸종의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해서는 경각심을 가지고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TV를 보다보면, 동물이나 과학을 주제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게 되는 일이 많다. 성인들끼리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채널 선택이 이루어진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찬 아이들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내용일 것이다. 최근들어 일상 속 과학을 주제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책을 읽는 시간만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호기심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순수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 행복한 순간이었다. 과학을 주제로 하는 책에 더 많은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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