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어느 스웨덴 사람의 인생 이야기, 숲속불교사원, 연애, 근위축증, 죽음.

by 김의진

알고리즘이 추천한 책이다. 역시나 30대 여성이 사랑한 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만 보니 지금까지 거의 모든 책이 30대 여성이 많이 읽은 책이었다. 아마도 온라인 독서 플랫폼의 사용자 자체가 30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모양이다. 후기를 보니, 한 서양인이 불교에 귀의하여 수양하며 깨달은 이야기였다. 썩 끌리지는 않았지만, 책을 선택할 여유가 없으니 일단 읽었다.


작가는 스웨덴 사람이다. 경제 분야에서 이른바 잘 나가던 촉망받는 삶을 살던 젊은이였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태국의 불교 사원에 들어갔다. 태국의 숲속 불교 사원에는 수많은 외국인들을 위한 수양 과정이 있었고, 이를 통해 스님이 되었다. 이후 영국과 스위스에서도 스님으로 살았다.


스님들도 가족을 만나기도 하고, 여행을 다니는 등의 삶이 있다는 점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사실이다. 지켜야 할 계율이 수백가지이며, 실제로 그 계율을 모두 외우고 지키는 스님이 많지 않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작가는 이십여년의 불교 스님 생활을 정리하고, 속세로 나와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니 함께 하는 삶을 선택했다. 뭔가 의식의 흐름대로 살아가며 내적 고민을 하는 점이 말 그래도 물이 흐르듯이 사는 느낌이었다.


불교에서 안락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작가는 아버지의 안락사를 지지하고 그 곁을 지켰다. 근위축증으로 인해 죽어가는 본인의 삶에 대한 태도도 일반적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불교 스님들의 머리 속 생각도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책을 관통하는 여러가지 메시지가 있지만, 그 중의 핵심은 책의 제목과 같은 '내가 틀릴수도 있다'는 말이다. 삼십여 년 전 우리나라 가톨릭에서 이야기하던 '내 탓이오'와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가 되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참 쉬울텐데, 생각보다 실천하기가 참 어려운 말이다. 자신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사과하면 풀릴 수 있는 문제가 많다는 사실도 모두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사과와 인정에 따른 책임이 너무나도 클 때는 용기를 내기 어렵기 마련이다. 서로가 서로를 조금 더 믿고 양보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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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