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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Nov 14. 2021

디지털 기반 수업의 방향과 기회

서울특별시교육청 스마트 기기 휴대 학습 「디벗」

미래교육 연구와 우리나라 학교교육 정책의 흐름


정확한 학문적 맥락이나 정책적 역사는  모르겠지만, 내가 체감하기에는 2000년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된 미래교육 이야기가 2010년대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탄력을 받게 되었던  같다.  


2010년대 초, 우리나라 미래교육 방향에 가장 많이 인용되었던 '21세기 역량'(P21: Partnership for 21st Century Skills, 2008)


21세기 스킬은 2010년대 초반 교육과 관련된 거의 모든 연구, 강연, 연수 등에 등장했던 주제였다. 교육대학원에서 멋모르고 선택했던 전공이 교육공학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가는 곳마다, 페이퍼마다 '21st century skills' '4C' 대한 이야기를 접했던 기억이 난다. '21세기 스킬' 역량 중심 교육과정으로 연구개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S.M.A.R.T. 교육 (교육부, 2011)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혼란보다는 레퍼런스를 좋아하는 한민족아닌가. 이러한 맥락에 따라 2011년에 교육부에서 'S.M.A.R.T. 교육' 이라는 개념으로 미래교육의 방향을 깔끔하게 정의해주기도 했었다. 지금은 이 정의가 인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지는 않지만,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미래교육의 방향을 가장 깔끔하게 정리해준 문장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교육의 방향과도 일치하는 것을 보면, 교육의 방향과 흐름은 정치적 판단과는 별개로 하나의 거대한 흐름 속에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2030 학습 나침반(OECD, 2020)


최근 가장 많이 인용되는 미래교육이 지향점 중 하나가 바로 OECD에서 제시한 '2030 학습 나침반'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정책의 지향점도 학습나침반에서 이야기하는 교육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현재 연구개발 중인 '2022 개정 교육과정'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https://www.oecd.org/education/2030-project/teaching-and-learning/learning/


여기까지가 미래교육 연구학교 중 가장 바람직한 사례였다는 창덕여자중학교에 근무했고, 미래교육을 상상하고 실천해보는 일에 잠시나마 참여했던 한 사람의 주관적인 미래교육의 흐름에 대한 간단한 경험이다. 비록 미래교육 분야의 업무 담당자는 아니지만, 모든 것이 연계되고 서로간에 영향을 주는 분야가 바로 교육이다. 학교교육이라는 큰 흐름 속에 들어와서 정책의 수립과 실천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장학사로서 이러한 흐름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기에, 주관적이고 편협한 이야기에 불과할지라도 나름대로 정리를 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감히 글을 끄적여 본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원격수업, 시행착오 과정이 준 소중한 경험적 지식


'교육'이라는 주제는 정말 특별하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부분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전혀 관계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특별한 주제를 지금 우리의 현실 속에서 실현하고 있는 곳이 바로 학교다. 학교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모두가 할 이야기가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학교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정말 재미있는 점이 있는데, 바로 '모두가 맞는 말만 한다.'는 것이다. 가만히 들어보면 옳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 모두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와 사례를 들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모두가 맞는 말만 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정답이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답이 없는 분야, 그래서 더욱더 어려운 것이 바로 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일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교육 정책은 쉽게 결정할 수 없다. 그래서 수 많은 사례를 연구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신중하게 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학교교육 관련 법률과 지침 등의 문장 하나, 단어 하나를 변경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다. 결과적으로 교육정책과 학교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을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가장 많이 인용되었던 문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장에 공감을 하고, 학교 현장의 교사들도 공감하는 대표적인 문장이다. 모두가 공감은 하지만, 급격한 학교의 변화를 원하는 사람은 내가 느끼기에 의외로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교사들이야 새로운 교수학습방법과 에듀테크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다 해도, 학부모들이 미래지향적인 교육에 반대하는 분위기는 교사로서 신기했다. 특히,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의 중등교육에 관해서만큼은 학부모들이 앞장서서 변화를 반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중등교육 자체를 교육의 이상을 실현하는 시기로 이해하기 보다는, 우리 아이가 직면한 대학입시라는 중대한 과제를 준비하는 시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특수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래교육을 연구하고 실천했던 수 많은 좋은 사례들에 공감하면서도, 확산의 속도는 느리게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너무나도 터무니없이 미래교육이 학교 속으로 훅 치고 들어와 버렸다. 미래교육을 연구했던 사람들이 꿈꾸었던 모습은 아니었지만, '원격수업'이라는 이름으로 학교가 변할 수밖에 없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변화가 찾아 온 것이다.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며 학교 교육의 모습은 변해야 했다. 교육 당국 역시 예측하지 못했던 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틀을 만들어내기 위해 때로는 위험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판단을 내렸다. 그동안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웠던 학교 교육의 취약점들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기도 하였고, 벌써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여 전면등교라는 지극히 당연했던 일상을 두려워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학교 교육과 교육 당국 모두가 제도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큰 폭으로 변해버렸다. 불완전한 모습이었지만, '21세기 교실에서, 21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치는 모습'이었다. 이 쯤되니,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장학사의 시각을 넘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함께 하게 되었다.


전면 등교와 함께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인가?
소중한 경험적 지식은 이대로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인가?
이 기회에 우리가 꿈꾸는 미래교육을 실현할 수 있지는 않을까?


얼마나 아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얻게 된 경험적 지식인데, 어떻게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공통적인 시각이었을 것이다. 연구결과도 아닌 주관적인 느낌에 불과하겠지만, 구체적인 사례 중 하나로 이야기해보자면, 우리나라 현실에서 전혀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고교학점제' 정책에 탄력이 붙게 된 것도 원격수업의 경험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학부모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던 상담주간의 학교방문 역시 화상으로 부담없이 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학부모에게 전달되지 않았던 종이 출력물 중심의 가정통신문과 같은 안내문들도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디지털 미디어로 전환되었다. 우리나라 학교문화 곳곳에 알게 모르게 큰 변화가 있었던 지난 2년의 시간이었다.


학교교육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외에는 체감하기 어렵겠지만, 그동안 제도적인 변화 역시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교원의 복무, 수업의 방법,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성, 빠른 판단을 위한 의사결정 방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법률과 시행령, 규칙과 지침 등이 개정되었다. 법률적인 측면에서도 부분개정이 여러가지 있었지만, '원격교육'만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본법이 제정되기도 하였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역시 원격수업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였다.


디지털 기반의 원격교육 활성화 기본법(법률)(제18459호)(20220325)


서울특별시교육청 원격수업 지원에 관한 조례(서울특별시교육청조례)(제07874호)(20210107)




제발 꼭 성공했으면 하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의 도전 '디벗'



최근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과감한 정책결정을 내렸다. 2022학년도 중학교 1학년 학생 모두에게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를 1인 1개씩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이 정책의 이름은 「디벗」이다.「디벗」은 ‘Digital+벗’의 줄임말로 ‘스마트기기는 나의 디지털 학습 친구’라는 의미라고 한다. 교사, 학부모, 학생, 교육청 모두 걱정이 큰 상황이지만, 교육청에서 일하는 장학사이기 전에 미래교육에 관심이 있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드시 성공했으면 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디벗 실행계획의 추진배경과 추진목적 파트에서 가장 크게 공감했던 내용이다.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전교생이 1인 1기기를 활용하기 시작했던 미래학교 창덕여자중학교에 근무했었다. 모바일 시대의 학교문화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문제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위학교 하나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테크센터라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교사가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2021년 11월 현재, 카카오톡 사용법이나 줌 사용법을 안내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 너무나도 일상적인 문화가 되었기에, 한 마디로 학생들의 삶 속에서 '공기'와도 같은 부분이 되었기에 방법적 고민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학생이 자신의 기기로 학습하는 방법에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BYOD를 지향점으로 명시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디벗 실행계획에 크게 공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교사가 디지털 리터러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정책의 지향점을 과도기에 교사와 학생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것에 두고 있다고 명시한 것으로 생각한다.



디벗 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교육 당국이 '지원'하겠다고 이야기를 할 때마다, 또 하나의 일거리가 생기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는 곳이 바로 학교이기 때문이다. 정치의 영역에서는 학교교육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하면 자연스럽게 교육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디벗 정책의 수립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고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미래학교 창덕여자중학교에서도 테크센터를 운영하면서 가장 크게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일반화를 할 수 있을까?'의 문제였다. 당시에도 BYOD가 불가능하다면, 궁극적으로 학교 밖의 전문적인 통합 에듀테크 지원센터가 필요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실제로 어떻게 운영될지는 모르겠지만, '학교 외부 통합 A/S센터'를 통해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향에 조금이나마 안심을 하면서 디벗의 안착을 기대해본다.


모든 교육 정책의 전제조건은 '교사가 자신의 전문적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학생들을 교육한다.'는 것이다. 교육 당국이 좋은 교육정책, 우수한 교사, 훌륭한 수업 등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당장 자신의 자녀가 학교에서 경험하고 있는 교육의 질이 그 것과 다르다고 느껴지는 부정적인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 교사들의 역량을 신뢰하기 때문이며, 실제로도 거의 대부분의 교사들이 훌륭한 교육을 펼쳐내고 있는 곳이 우리나라 학교라고 생각한다. 디벗 역시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과감하게 추진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교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의 연수 및 정책들을 뒷받침 하겠다고 명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모든 교육정책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교사들 역시 정책의 취지에 공감하고 자신의 수업에 필요한 부분들을 적절하게 적용하여 전문적 역량을 폭발시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디지털 기반 학습이라는 것이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경험적으로, 수업 중 단순히 자료를 검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학습의 질은 놀랍게 향상될 수 있다. 화려한 수업모형과 최신의 교수학습방법을 활용하여 설계한 수업이 아니더라도, 단순히 자료를 검색하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는 것만으로도 학생의 적극적인 학습활동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수업이 강제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교사가 수업을 할 때, 필요한 부분에서만 적절한 순간에 적당한 수준의 기술만 활용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에듀테크는 각 교과의 본질적인 학습활동을 지원하는 방향에서 활용되어야 가치를 느낄 수 있다. 교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 디지털 리터러시에 따른 위화감 등이 조성되지 않도록 교과협의회가 더욱 활성화되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단위학교별로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 지난 2년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훌륭하게 원격수업을 해 낸 서울교육의 역량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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