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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화가 난 적은 처음이다

그래도 세상은 둥그니까

by 나무엄마 지니


아이 중 한 명이 한국 신문들(한겨레와 중앙일보)에 나오더니 최근에는 미국 포브스지(Forbes)에 나왔다. 일부 내용을 올렸다가 다시 그냥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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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큰 아이가 내게 이런 말을 해왔다.



큰 아이 하은이:
"엄마! 엄마는 저희들이 열심히 하고 좋은 결과를 내서 오니까 좋으시죠?"



나:
"네가 잘하는 게 너한테 좋은 거지 왜 나한테 좋아? 내가 언제 사람들이랑 만나서 너희들 이야기한 적 있니? 엄마 주변 친한 지인들은 결혼 안 한 사람들도 많아. 알잖아.. 근데 무슨 소린지.."

"언제는 엄마가 너희들 반 친구들 엄마들 만나서 너희들 자랑한 거 봤어? 엄마들이랑 자주 만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무슨.. 뭘 자랑을 해.. 엄마 주변 친구들한테도 안 하는 너희들 이야기를.."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큰 아이 친구의 엄마였던 한 분은 꽤 나와도 친해졌는데.. (내가 실수로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내게 좋은 추억을 준 그분을 다시 한번 뵙고 싶긴 하다. 정말 내 기억에 좋은 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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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내가 글을 쓴답시고 아이들의 여러 기록들을 꺼내 보이고 증빙을 해대는 게 가끔 내 스스로 내가 지금 도대체 뭐 하고 있나 싶을 때가 있다. 가끔은 속이 울렁거리고 답답할 때가 있다.



'그렇게까지 해서 네가 하늘에 한 악속을 지켜야 해?'라고 가끔 나는 내게 묻는다.


하지만.. 분명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큰 이 아이들의 경험이 필요한 곳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아파하고 지쳐가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 아이들도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부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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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외국인이(꽤 유명한가 본데 사실 누군지 잘 모른다. 그다지 궁금하지 않아서 안 찾아봤다) 이런 말을 한다.



"경기장 밖에서 경기하는 걸 평가나 하고 있을래요? 아니면 진짜 경기장 안에서 함 뛰어 볼래요?"


그다지 내게 와닿지는 않지만.. 나에게 그 질문에 답을 해보라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경기장 안에서 뛰며 게임의 판도를 함 바꿔 보려고 노력해 볼 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한 번뿐인 인생에 한번 해보고 싶은 건 해보고 죽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되물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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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매주 화/토요일에 연재하는 브런치 글은 매주 화요일 한번, 올리는 걸로 정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설명하면 변명만 될 것 같지만.. 읽고 싶은 책들도 여전히 많이 쌓아져 있고 글을 이렇게 쓰고 올리는 게 생각보다 꽤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좀 더 저의 것에 집중해보고 싶어서 시간을 잘 쓰면 좋겠습니다. 너그러운 이해 부탁드릴게요. :)




최근 sns가 진심으로 하기 싫어졌다. 주기적으로 이런 느낌이 오는데 그다음 날은 움직일 힘조차 생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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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럴 때마다 아이들은 뭔가 하나씩 해온다. 하늘에서는 내게 이런 마음이 들 때마다 이렇게 내게 말씀을 하시는 것만 같다.


"네가 한 약속을 지켜야지. 내가 이렇게 축복을 내려주는데 네가 봤던 것들, 네가 느꼈던 것들, 그리고 스스로 하는 아이들의 크고 작은 기쁨들과 안타까운 현실들을.. 마음에 담긴 여러 일들을 말해보렴"이라고 내게 말하시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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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막내가 포브스지에 나왔다. 그것도 한국판이 아닌 미국판으로. 보통 막내는 일상을 자주 올리는 그런 성격이 아닌데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고 이게 뭐지 싶어서 물어보니 이런 대답을 해왔다.


막내 예은이:
"저도 까먹고 있다가 생각나서 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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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보인 건 Forbes(포브스지)였다. 포브스? 이게 뭐지?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뉴욕 타임즈 이런 건가? cnn도 보고 그러는데 그건 아닌 거 같은데..라고 생각했을 때 동생한테 별생각 없이 이 내용을 보내줬다.

기업 영어강의를 하는 동생은 새벽에 나가서 이른 아침에 보통 수업을 하는데 수업을 하고 여유시간이 났던 모양이다. 바로 내게 답문이 왔다.


동생:
"여기 유료 사이트인데 내가 여기서 많이 보거든. 잠시만 내가 찾아볼게."


?? 뭘 찾아보지??
그냥 보라고 한 건데..


동생은 광화문에 있는 꽤 큰 빌딩에서도 수업을 하고 국방부에서도 수업을 하고 또.. 훨씬 많은 것 같은데 사실 관심이 그다지 없어서 잘 모른다.

나는 그냥 읽어보라고 한 거지 뭘 찾기까지 하는지 바쁘면서 저 꼼꼼함이란.. 속으로 나도 모르게 좀.. 나와 달라서 피곤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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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ns가 하기 싫어질 때가 가끔 있는데 며칠 전에 진심 그랬다. 가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글을 쓰는 내가 뭘 하고 있지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가끔은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누구일까, 무슨 생각을 하는 사람들일까 문득 궁금해질 때도 있다.


이 날은 제대로 현타가 왔다. 사람들이 단 댓글을 보고 아주 많이 놀랐다. 놀랄 정도가 아니라 손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많이 놀랐다.. 이건 댓글을 넘어서는 악플처럼 보였다.


댓글 내용은 이랬다.


"꼴깝떨고있네 딴따라 약쟁이가"


"지디는 랩은 잘하는데 말은 왜저래요. 신이 권지용을 만들 때 TALK 부문에서 LYRIC 가사 운율 힙합 그거만 주고 COMMUNICATION은 홀라당 나를 줬나?"


"참 건방지다"


"근데 말하는게 왜케 띨빵함"


"근데 말하는게 왜케 띨빵함" (두 번 댓글 씀)


"행동은.."


"156정도 되네"

...


내용은 이랬다. 최근 매스컴에 나온 마약 한 연예인들은 배우 유아인을 시작으로, 배우 이선균, 그리고 검찰에 자진 출두해서 결백함을 보이려는 아이돌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이 있는데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의 뉴스 영상을 보고 단 댓글들(악플들)이 위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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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TV에서 보는 배우 이선균의 모습은 가정이 있는 가장으로서 진중함이 그다지 많이 없어 보였고 까불거리는 모습이 여간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jtbc 뉴스에서 한 패널은 머리 탈색 여러 번으로 한 달 만에 나오는 마약 정밀검사에 그냥 프리패스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는 음.. 사람을 저렇게.. 마음만 먹으면 대중을 상대로 쉽게 속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러니까 마약을 하고도 머리를 여러 번 탈색하고 염색을 하면 마약 정밀 검사에서도 마약 한 여부를 쉽게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의 모습을 보며 아빠가 저 모양이니 아이들과 와이프는 상당히 피곤했겠고 여전히 피곤하겠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은 결백함이 소명되고 그가 진심으로 마약을 하지 않길 바라게 된다. 그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나비효과처럼 좋아하던 연예인을 모방하고는 한다. 그게 가끔 무섭게 다가올 때가 있다.


국민배우 최진실이 가정불화와 여러 악플들을 견디다 못해 졸피뎀을 먹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따랐다. 최진실의 동생인 배우 최진영도 그렇게 굳건히 조카들을 지키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그녀의 남편이었던 야구선수 조성민도 자살로 삶을 끝내버렸다.

지드래곤을 그렇게 많이 좋아하지는 않아도 그가 만드는 음악이나 음악을 대하는 진중한 태도가 기억나서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했다.


'제발 마약 하지 마세요. 그리고 응원할게요!'


빅뱅의 멤버 중 제일 어린 멤버 승리가 팀의 붕괘를 가져온 큰 사고를 쳤을 때(이걸 사고로만 치부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강남 모 나이트클럽 사건)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은 군대에서 곧 제대를 앞두며 앞으로 어떤 음악을 만들어서 대중들을 만날 것인지를 기대하고 고대하며 음악과 향후 미래 계획들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빅뱅 멤버 승리가 모든 걸 말아먹었다. 그러니까 돈 욕심에 미쳐서, 삶의 가치관도 없던 사람인지 열심히 성실하게 활동했던 다른 멤버들의 미래까지 망쳐버린 격이 되어 버린 것이다.(마약을 했다던 탑을 제외하고. 그는 넷플릭스에 배우로 활약을 했던 것 같은데 사실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른다)


..


그렇게 마약을 하지 않길 바라고 바라던 지드래곤이 자진출두를 해서 자기는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걸 밝히겠다고 스스로 수많은 플래시를 터트리는 카메라 앞에 섰을 때 그는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까?


사랑하는 음악을 뒤로하고 자신을 좋아해 준 팬들과 가족들, 지인들을 생각하며 카메라 앞에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서지 않았을까? 그런 지드래곤이 고맙기도 하고 멋지도 하다고 생각했다.


어제 잠깐 본 뉴스에는 지드래곤이 몸전체에 털이 없어서 체모를 머리털 외에는 정밀검사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음.. 안타깝지만 그 진실여부와 결과는 검찰과 지드래곤에게 있지 싶다.


유재석이 mc로 나온 모 프로그램에서 지드래곤과 빅뱅의 멤버 태양, 그리고 광희가 노래한 음악이 참 신났다. 그래서 남편한테 청소를 처음 배운 나는 그다지 청소가 재미없다. 하지만 내가 청소를 할 때마다 그 음악을 자주 찾아서 듣는다.

딱 힘겨운 청소를 할 때 최적화된 안성맞춤 곡이다. 그 음악 비트에 몸을 맡기고 청소를 하기 시작하면 화장실 청소도 뚝딱 하게 되고 온 집안 청소도 신나서 나도 모르게 금세 하게 된다.


..


지금까지 인생 두 번째 댓글을 달았는데 몇 년 전 댓글을 단 그때는 쇼크를 먹고 놀랐다면, 이번에는 이렇게 화가 났던 적은 처음이다.

지금도 이렇게 생각한다.


이런이런. 이 눔들. 어디서 이런 걸 배워서 이렇게 함부로 사람을 저울질하고 판단하고 댓글을 다는 거야? 지구의 반이 읽지 않는 책이라도 가서 읽어라. 이런 댓글을 달 시간에,라고 내 옆에 있었다면 이 녀석들의 머리를 한대 세게 쥐어 박고는 이렇게 말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비판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 뭘 위해서 이런 일을 해야 하지, 무슨 일을 위해서 나를 기억해 내고 왜 지난날을 이렇게 복기하며 글을 쓰고 있고 아이들을 오픈하면서까지 하고 있지,라는 회의감이 내 몸을 짓눌렀다. 아주 많이.. 그 무게가 꽤 무거운지 나는 그다음 날 아침에도 일어나지도 못했다. 요즘 책을 읽고 글을 쓴다고 몸이 제대로 저질체력이 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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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읽고 싶은 책들도 읽고 다양한 영화도 보니 참 좋다. 아주 해피 해피한 망고땡이다. 가끔 이런 일들이 있으면 화도 나고 속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둥그니까.


"악을 피하는 것이 정직한 사람의 넓은 길이니 그 길을 지키는 사람은 그 영혼도 지키는 것이다."
[잠언 16장 17절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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