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는 루틴 중에 오전 식사를 마친 막둥이 보물 3호와 산책을 한다. 기분 좋게 집 앞을 나서려는데 입구에서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하는 일이 생겨버렸다. 막둥이 보물 3호는 그 큰 소리에 어찌할 바를 몰라했고 나도 막둥이 3호가 짖을까봐지나칠까 기다릴까, 잠시 고민했다.
아이가 멈출 때까지 기다리자. 울음을..
어머니는 아침마다 엄마를 찾는 어린 동생에게 이렇게 단호하게 자주 말하셨다.
"아침부터 우는 소리하면 재숫머리 없다. 좋은 일이 안 생기니까 우는 소리 하지 마라."
징징 거리는어린 동생을 떼어 놓고 일을 하셔야 했던 어머니는 엄마 품을 찾는 동생이 많이 안쓰러우셨을 것 같다. 그래서 동생은 내가 어릴 때 딱 하나만 있던 인형을 많이도 가지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어제 아침에 본 우는 아이 엄마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정주부 같던데.. 이게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막둥이 보물 3호가 혹시 아이 우는 소리에 짖기라도 할까 봐 더 조심스러웠다.
막둥이 3호는 꼬마 아이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번잡스럽고 다가오면 매너 없이 마구 만지려 들고 이런 게 싫은지 막둥이 보물 사람 2호 친구들이 초등학교 때 마구 다가왔을 때도 거리낌 없이 짖었다. 딱 선을 긋는 게 여간 신기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알아서 자기 바운더리를 정한 것 같다. 기특한 우리 보물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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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남자아이,4-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꺼이꺼이 숨이 넘어갈 정도로 울고 있었다. 그것도 난간을 붙잡고서 집에 다시 들어가야 한다고 울고 또 울었다. 그 엄마는 젊은 엄마 같은데 그 엄마는 아이의 의견을 묵살하고 가던 길을 그저 가려고만 했다.
그런 동생이 안쓰러운지, 아니면 저럴 때는 함구를 해야 하는 걸 아는지 1-2살 많아 보이는 누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뒤에 조용히 서있었다. 길을 가다 할머니가 이 광경을 보시고 마음이 안 좋으신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집에 다녀와~ 집에~"
어른들은 가끔 보면 복잡한 걸 간단히도 해결하신다. 그치~ 바로 집에 다녀오면 될 일을 저 젊은 엄마는 왜 저렇게 아이를 울리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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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엄마는 과연 아파트 입구가 흔들릴 정도로 울던 아이를 도로 데리고 집에 갔을까요?
물론.. 아니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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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이 울면 가던 길도 멈추고 쳐다보거나 꼭 한두 마디씩 한다. 어제는 일부러 조금 더 오버를 하며 조금 더 내 목소리를 키웠다. 이렇게 말하며 그 엄마가 내 이야기를 듣기를 바랐고 울던 아이가 조금이나마 안정이 되기를 바랐다.
"아이구.. 아이구.. 애가 저러다 숨 넘어가겠어요. 뭐가 필요하나 보네.. 들어줘요~ 들어줘. 집에 가서 뭘 찾고 싶나 보네. 저렇게 울어서 유치원 가면.. 기분이 나겠어? 아이고.. 아이고.."
다행이다. 그 엄마가 나와 할머니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는지, 이렇게 말했다.
"집에 정리를 해야 해서 아이가 찾는 장갑, 지금 집에 가도 못 찾아요.. 정리해야 찾을 수 있어요."
할머니나 내가 하는 말을 듣기는 했고 아이가 우는 이유도 알고 있는데 왜? 왜? 왜? 그럼 집에 가서 찾으면 될 게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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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미리 찾아주지. 이미 집에서 한참 저런 이야기를 한 모양이었을 게 뻔한데..' 이런저런 생각이 글을 쓰며 든다.
유치원에서 뽐낼 일이 있나. 보통 저렇게까지 울 때는 분명 이유가 있다. 과제물 중에 뭐가 있나, 선생님이 장갑을 가지고 뭘 하셨나. 아이에게 각인이 된 '장갑'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할머니와 내가 보고 있었지만 그 엄마는 요지부동. 우는 아이를 기어이 끌고 밖으로 나간다.
나 같으면 어떻게 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알아서 하겠지. 요즘 엄마들이 얼마나 정보가 빠르고 똑똑이들이 많겠어. 카페에서 보면 삼삼오오 떼를 지어 아이들 유치원, 학교를 보내 놓고는 얼마나 수다를 떠는지 그 사실을 알고는 다시는 오전 시간 대에 카페에 더 이상 가지 않는다.
나는 우는 아이들이 있으면 가다가 걸음을 멈춘다. 아이들끼리 있어도, 혼자 우는 아이가 있으면 가서 왜 우는지 확인을 한다.
아이들끼리 싸움을 할 때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막둥이 보물 3호(반려견)와 다른 길에 산책을 나갔을 때도 막둥이를 안고 남자아이들 뒤를 따라 골목으로 급하게 쫓아갔을 때가 있다.
차에서 지나가도 아이들끼리 싸움이 나면 그냥 안 지나간다. 문을 열고 그 싸움을 어떻게든 중재하려 한다. 이런 나를 어릴 때부터 봐오던 막내는 내게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막내가 해외로 공부를 하러 가며 내게 신신당부 한 말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엄마. 요즘 아이들 무서워요. 저렇게 고등학생 남자아이들한테 아무렇지 않게 말 걸고 말하면 안 돼요. 위험해요. 저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인 줄 알고.. 저 없을 때 혼자 지나갈 때 절대 말 걸고 그러시면 안 돼요."
내가 왜 이런가 생각해 봤더니 어머니의 성정을 닮은 것 같다. 내가 20살 정도 되었을 때 어머니가 일을 보고 오셔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어머니:
"카페에서 사람들이랑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어린놈들이 어른이 지니가도 신경도 안 쓰고 쳐다보며 담배를 꼴 아물고 있잖아. 이놈들." 이러시며 혼내셨단다.
어머니의 그런 소리를 나와 동생은 들으며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나의 어머니는 친구집들 사이에서 제일 무서운 엄마로 랭킹 1위를 하신 적도 있다. 그래서 친구들이 집에 전화하지 못하는 집이라고 자주 말하기도 했다.
어머니:
"어른이 지나가는데 그 태도가 뭐야!"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다.
나를 오래 알던 선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네가 커가면서 어머니 모습을 많이 닮는 거 같아."
어머니를 많이 닮고 싶었던 어린 시절도 있었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아서.. 그 소리가 되게 좋게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언니는 어머니의 40대 시절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왜 아이들은 그렇게 무서워졌을까..
아침에 보던 그 남자 꼬마아이는 이제는 마음이 나아졌을까.. 내일은 울지 않길 바라본다.
릴스 영상은 막내가 영어로 해외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영상인데 올린지 몰랐다.. 실수로 올라간 모양이다..
어제는 여러 일들이 있었다. 내 인스타그램에 사람들이 1000개 넘게 본 릴스가 존재하는지 처음 알았다.
어린 막내를 대학에 보내 놓고는 막내가 나이가 만 16세라 나이제한으로 병원에서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했다. 먼 거리를 버스를 타고 갔다며 아쉬워했다.
잘 지내냐고 묻는 내게 친한 친구들 사진을 보내줬다. 다행이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얼굴이 밝은 친구들인 게 여간 음.. 나중에 만날 수도 있으니 영어공부를 좀 한국어공부 보다 더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방금 든 생각.
막내 대학에는 큰 종합병원이 있다. 18세가 안 돼서 정말 하고 싶은 게 병원에 있으면 생각해 보면 다른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고 하늘의 뜻을 더 묻자고 했다. 그러며 나는 이런 소리를 해줬다.
"하고 또 하고 또 해야 하는 거야. 정말 하고 싶으면. 그래도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올 수 있어.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보는 거야."
어제 내가 본 배우 김혜수분이 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해외에 있는 친구들과 sns를 하는 다른 계정이 있는데 거기에서 동일한 어제 아침에 2014년 kbs의 카드 뉴스를 봤다. 그리고 지금도 2023년에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이런 사건들이 안타깝다. 모두가 생각하듯.
카드 뉴스에서 동네 어르신이 하신 말씀이 어제 아침에 이 뉴스를 보고 나서 계속 내 머릿속에 맴돈다.
"학원비도 없어서 학원을 못 갔다.."
학원.
나는 공교육 교사는 아니고, 사교육 교사이다. 범주를 나누자면 그렇다. 특히 사교육비, 영어유치원, 영어학원 이런 것과 관련이 있는 휴직(전직) 영어 교사이기도 하다.
나는 일부러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았다. 물론 수학 학원도 안 보냈고 또 영어학원, 영어유치원도 보낼 생각도 전혀 하지 않았고 안 보냈다.(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키웠다. 아빠가 보내서 단타로 간 적은 있다.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이 이야기들은 책을 내면 그때 써볼게요)
..
인스타그램에서 어제 해외에서 살았던 어느 엄마가 말한 하우징(집 렌트값)을 들으며 그래서 나는 안 갔고, 사실 여러 이유들로 엄두도 못 냈고, 여튼 그랬다.. 그것보다 가서 다시 돌아오는 건 아이들에게 그다지 좋은 게 아니라는 걸 더 나는 아니까..
그 영상과 어제 kbs 카드뉴스에서 본 2014년 영상이 자꾸만 교차되며 생각난다.
미국에서 kbs 아메리카 기자활동을 열심히 했던 동생은 지금은 기업영어 강사를 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ㅂ 아저씨는 온라인 멘토 중 한 명인데 goal을 먼저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마음속에 넣어 놓고 조금 더 고민을 해보자고 생각한다.
그리고 얼른 아이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커서 영재가 되었고 외국에 가지 않았는데 영어를 잘하는 아이로 어떻게 컸는지, 왜 한국학교를 큰 아이는 중학교 3학년에 나오고, 왜 막내는 꿈에 그리던 제주국제학교를 단기간 준비하고 3일 만에 나오게 되었는지 조금 더 속도를 내서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이걸 쓰는 게 맞는지도 교회에 가서 기도하며 하늘에 물어봐야겠다. 오늘 예배를 하고 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