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이라는 고마운 가격은 덤
무더위가 이어지던 요즘, 비가 갑자기 쏟아지고 심지어 우박이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문자가 와서
"아, 이번 주말 나의 외출 계획이 무산되는 건가..." 아쉬운 마음이 들던 참이었다.
일기예보를 보니 몇 분 뒤 비가 잠잠해질 거라기에 잠잠해진 틈을 타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그런데 밖에 나가보니 정말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꽤 보여서 은근히 반가운 마음으로 그렇게 버스 투어를 시작했는데, 집에서 한 시간이 걸리는 푸글렌 하네기 공원점에 가기 위해서였다.
도쿄에서 꼭 방문해야 한다는 유명 카페를 이제야 가보다니 관광객의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 이름과 어울리는 북유럽의 단정함과 깔끔한 인테리어가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커피 맛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어쩐지 날씨가 영 흐려서 그런지 나의 마음 한구석은 무언가 계속 허전한 느낌이었는데,
배가 고픈지 마음이 고픈지 그렇게 우메가오카(梅ヶ丘)역을 휘적휘적 걸어 다니다가 이코마라는 스시 가게에 들어갔다.
흰머리가 지긋하신 사장님과 아내 분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메뉴를 보다가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점심메뉴 스시의 가격은 단돈 500엔. 놀라운 가격이었다.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점심메뉴로 해주시겠다는 그 넓은 마음씀씀이에 또 한번 감동이 몰려왔다.
그런데 어딘가 귀에 익는 멜로디와 가사가 들려오는 것이 자세히 들어보니 가수 왁스(Wax)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200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를 여기서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던가.
뭔가 여러모로 나를 놀라게 하는 동네 스시집이었다.
'엄마의 일기'라는 곡이 들려왔는데, 가사를 곰곰이 들으면서 스시를 먹다가 마음 한구석이 울컥했다.
눈물까지 날 뻔한 것을 간신히 참고 계산을 하고 나왔는데, 노래가 계속 여운에 남아 집에 가는 전철에서 노래를 다운받아 들으면서 집에 갔다.
너그럽게 웃으시는 당신에게서 따뜻한 사랑을 배웠죠 철이 없는 나를 항상 지켜주시는 하늘처럼 커보인 당신
가사가 왜 이리도 아련하게 느껴지던지, 역시 배가 고팠다기보다 마음이 고팠나 보다.
세련된 커피 한 잔보다 구수한 동네 밥집에서 나의 마음을 채워주는 따뜻함을 얻어 가는 하루였다.
이코마 스시, 나중에도 계속 생각날 것 같은 내 인생 스시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