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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용상 Jun 30. 2024

삶을 지탱하는 힘과 열정을 발견하는 순간

오타쿠의 순기능

'힘', '열정'과 같은 단어를 들으면 미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의지 또한 있어야 할 것인데, 어디서 어떻게 에너지를 얻고 그런 의지를 낼 수 있는 것일까?


스펙타클한 사회생활을 하며 보낸 꽤 긴 시간 동안 나는 나만의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들을 잊고 지내왔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케부쿠로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난 나의 오타쿠 친구는 여전히 참 열정적이었다.

그 친구가 좋아하는 여러 게임 중 한 게임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카페에서 한정 콜라보레이션 메뉴를 함께 먹었는데, 메뉴를 시킬 때마다 캐릭터가 그려진 컵 받침을 랜덤으로 받게 된다. 친구의 최애(推し) 캐릭터가 나왔을 때 그 친구의 행복감이란. 그 순간의 설렘과 행복은 나에게도 자연스럽게 전염되었다.


처음 알게 된 게임이었지만 나도 최애 캐릭터를 정했고, 친구에게서 나의 최애 캐릭터가 그려진 컵 받침을 선물로 받았다. 카와이라는 성씨를 가진 캐릭터는 이름처럼 귀엽고 아기자기했다.


퍼즐 게임 캐릭터가 이렇게 귀여울 일인 것인가.


알고 보니 이런 오타쿠 생활을 위해서는 엄청난 정보력과 열정, 노력, 운 모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굿즈를 받기 위해 랜덤 굿즈 상품을 사야 하고, 매달 다양한 이벤트와 기획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정보를 서치하고 최신 이슈에 대해서도 사람들과 교류해야 한다.


친구와 이런저런 오타쿠스러운 이야기를 무려 여덟 시간이나 했는데, 그 친구의 눈빛은 헤어지기 전까지도 계속 반짝이고 신이 나 있는 것이 나에게도 전해졌는지 나도 전혀 피곤하지 않고 같이 신이 났다.

무언가를 좋아해서 덕질(?) 한다는 것은 이렇게나 삶에 활력과 에너지를 줄 수 있구나. 삶을 지탱하는 꼭 필요한 힘과 열정을 주는 요소가 바로 덕질이었음을 깨닫는 하루였다.


일하고 공부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그리고 다음 단계의 인생으로 도약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그저 심플하게 좋아하는 것을 연구하고 활력을 얻고 사람들과 교류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인생의 큰 부분임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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