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들인 물건이라면 소중하게
한국에 있을 때 일이나 여러 가지 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곧장 휴대폰을 켜서 인터넷 쇼핑을 하곤 했다.
일주일에 몇 번씩 택배가 오면 설레는 마음도 있었지만, 얼마 안 가 새로 산 물건을 잊고 비슷한 물건을 또 사거나 새것인 상태 그대로 오랫동안 방치된 물건들을 보면 "이런 게 자본주의의 함정인가."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일본에 오고 나서는 집이 작아서 많은 물건을 두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 좀 더 신중해진 것 같다.
30센티가 넘는 쓰레기는 대형 쓰레기로 분류되어서 수거 예약을 해야만 버릴 수 있는, 물건 자체가 버리기 힘든 구조적 이유도 있겠지만 물건이 가진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어느 거리를 걷던 꼭 보게되는 간판이나 광고가 있다.
카이토리(買い取り)라고 쓰여진 문구인데, 중고 물품을 구매한다는 매입 광고이다.
일본 사람들은 많이 사기도 하지만 버리는 대신 많이 팔기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장 흔하게는 자동차, 명품 등 고가품부터 시작해서 냉장고, 세탁기 같은 소소한 가전제품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골동품이나 피규어와 같은 덕질용품 등등 심상치 않은(?) 물건도 쉽게 팔 수가 있다.
어디서든 팔 수 있도록 출장 서비스도 제공하는것이 바로 이런 카이토리 회사들이다.
한국에도 중고나라, 번개장터처럼 개인 간에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지만 일본은 좀 더 본격적으로 중고 물품을 다루는 회사가 여럿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이런 회사들이 많은 이유는 아마도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것보다는 기존의 것을 유지하거나 기존의 틀을 바탕으로 하려는 일본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에서 영향이 있지는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물건을 소중히 여기려는 마음은 나에게도 좋은 기분을 주는 바른 마음인 것 같다.
나도 그래서 이제는 한번 들인 물건은 최대한 잘 사용하고, 놓아줄 땐 잘 놓아줄 수 있게 알뜰살뜰 물건을 잘 관리하려고 한다.
내가 애정 하는 옷 쇼핑을 할 때에도 정말 사고 싶은 마음인지 좀 더 살펴보고, 구매한 옷은 후회 없이, 아낌없이 입어주고 옷이 주는 기분 좋은 느낌을 마음껏 누려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