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궁에 들다
유현숙
칠월은 구름이 무겁다 산을 덮고 들판을 덮고 꼼짝 않는다
백 년만의 장마라 했다 밤새워서 비가 내린 다음 날이다
풀끝에 맺힌 빗방울이 무겁다
빗방울을 흔드는 저 바람이 신들을 위하여 향초를 기르고 수금을 탄주하는 신궁에 닿는다 했던가
첫 차가 양원역을 지난다
지난 생이 그랬다 첫 새벽 열차를 타도 닿는 곳은 없었다
신궁은 어딜까
비 젖은 들판을 지나면
그 들판 끝에 내리는 햇살처럼 단순하고 느슨하고 슬몃해지면
거기
신들의 침전에 들 수 있을까
의사는 내가 병명이 없는 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그것을 불안이나 권태나 절망이라 하기도 어렵다 한다
학명 없는 푸른 균이 신경계를 파먹어 모든 길이 구불텅하기도, 끊어지기도 한다고……,
나는 차돌처럼 단단해지고 차가워지기도 하지만
어떻게 죽음 앞에서 무연해 질 수 있단 말인가
오늘도 닿는 곳 없는 열차를 탄다
먹구름 덮인 여름의 저 끝이 난장처럼 소란하다
나에게 신궁은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