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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첫,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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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재 Nov 25. 2024

쌍화점

-by simjae



 쌍화점

 -늙은 상궁의 말     

 

 유현숙     

 


  능화무늬 문살 틈으로 스며든 바람에 황촛불이 흔들립니다     

 

  여인의 바닥에 흐르는 물소리가 문턱을 넘어 대청마루 바닥을 적십니다 

  조바심이 옥체의 등골을 타 내리고 용안이 남루해지며 미간에 그늘이 들고 수심은 심히 깊습니다     


  문틈으로 엿본 몸짓들은 전하의 분부도 그 분부를 따르는 홍림*이나 중전도 아닌 

  궐 밖 창가(娼家)에서나 봄직한 놀림들입니다  

  애써 마음을 굶기며 화선지 가득 난을 치는 어수가 가늘게 떱니다 

  난 잎 끝이 길고 날카롭습니다 

  하늘 아래 남과 여가 있다면 상열지사 아닌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세익스피어가 그러했고 스탕달이 그러했으며 장안에 떠도는 이 나라 시편들이 또한 그러하옵니다     

  뼈와 뼈가 부딪혀 타는 지극한 몸 안의 불꽃을 그만 통촉 하십시오 

  대전으로 드시지요 전하, 등촉을 들고 따르겠습니다     


  이 또한 만다라가 아니겠습니까   

            

    *영화『쌍화점』에서 왕과 동성애 하는 인물, 후사를 위하여 중전과 합궁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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