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귀향
조령鳥齡 40이 되면 솔개는 발톱과 부리가 닳고 무너진다고 합니다
작은 짐승의 연한 살가죽마저도 찢지 못하게 된 것이지요
마침내 솔개
곧추선 바위벽과 돌의 날 선 모서리에다 주둥이를 발톱을
부딪는 때가 온 것입니다
주둥이가 발톱이 부서지고
날카롭고 단단하던 기억들이 빠져나간 다음에는
새 발톱과 새 부리가 돋아나기까지 웅크리고 기다리는 때가 온 것입니다
지금은 그 솔개 어디에다 부서진 제 몸을 눕히고
저 하늘로 솟구쳐 오르던 직상승을
바람 끝을 말며 내리꽂히던 직하강을 그리워하고 있는지요
춥고 바람 심한 가조 들판으로 걸어 들어가서
머리 위에 펼쳐져 있는 텅 빈 하늘을 바라봅니다
가슴 안에 휘도는 바람소리를 듣습니다
꺽이고 휘청이며 반생을 부렸던 일터에서도 용도 폐기된
깍아지른 절벽 중턱에 매달린 닳고 뭉툭해진 내 내부 들여다 봅니다
닳아 너덜거리는 발톱과 부리, 세상 향해 깨뜨리며
갈며
쪼며
굴리며
깃털로 감싸 안으며,
남은 30년도 외진 개활지 상공에서
죽을 힘 다하여 선회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