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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재 Oct 25. 2024

소백은 수묵을 치고

-by simjae


  소백은 수묵을 치고


  유현숙                  



  날이 맑으면 능선이 더 맑아진다며 뻗어 가리키는 손가락이 맑았다     


  능선 위 구름들은 그대로 연화좌인데 철불이 듯 허공이 들어앉았다 

  가까이 떠 있는 산과 멀리 흐르는 산 사이 

  골짝은 깊어 긴 밤이 여러 날 이어진다     


  먹물 듬뿍 적셨다

  바탕은 흰데, 한 번 그어 붓질하고 점점이 점찍은 잎갈이 나무들이 조목조목 친 묵언의 등성이들이

  수묵이다

  저거 첩첩하고 아슴해서 소백素白인가, 소백小白인가


  손끝은 아직 맑고 산자락은 넓고 깊다  

  뱃속이 텅 빈 목어는 은빛 혀를 내밀어 산허리께를 핥는다

  일어 선 비늘들이 반짝거린다

     

  이른 아침 밭두렁에서 깻단이 젖는다

  발끝에서 이슬이 깨지고 깨진 이슬 틈새에 산안개가 푸르다

     

  부석浮石이 그 가운데 떠 있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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