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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재 Oct 25. 2024

거미

-simjae


 거미               


 유현숙

 


 잠시, 아주 잠시 동안만 잠을 자겠습니다

  PC를 끄고 책상서랍을 잠그고 의자를 바짝 밀어 넣습니다 

  밤늦게까지 빗소리를 듣고 더 깊은 밤에는 골목길을 걷습니다 

  한누리 4길, 골목 끝 축대에 어깨를 기대면 어둠 속에서 빼어든 담배 개피가 희고 가늡니다 

  들숨을 쉬는 동안만 손가락 끝에서 타는 꽃불,

  식은 재가 길수록 꿈이 짧아지는 그 빤한 뜨거움에 닿습니다 

  여자는 지금도 슬프도록 젊으므로 

  슬픔이란 늘 우물처럼 깊은 것이므로 여자는 강 밑까지 침하될 것입니다

  하저河底에서

  여자의 몸 구석에서

  독초들 무성히 자라고 그 독초, 뼈 틈에 깊게 뿌리 내릴 것입니다

  이대로 밤이 다 새고 말 것 같습니다 

  여자의 강바닥에 깊은 밤이 퇴적합니다     


  잠시, 아주 잠시 동안만     

  http://blog.naver.com/wishyhs.do 문을 닫아걸고 

  잠을 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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